[가덕도 vs 밀양] 불난 ‘신공항 쟁탈전’에 기름 붓는 정치권

입력 2016-06-11 04:00 수정 2016-06-11 10:29
‘가덕도냐, 밀양이냐’ 이런 이전투구(泥田鬪狗)도 없다.

남부권 신공항 조사 용역을 정부에 맡기고 유치 경쟁을 하지 않겠다던 부산과 대구·경북·경남·울산의 합의는 무참히 깨졌다. 입지 선정이 임박해지면서 양측은 가덕도와 밀양을 놓고 다시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어느 쪽이 차지하든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6월부터 정부 의뢰로 신공항 입지 선정 조사를 한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이 이달 말 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공항은 1980년대 초부터 영남지역에서 열악한 지방공항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성이 대두됐고,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사업 공식 검토 지시로 공론화됐다. 부산은 가덕도, 대구·경북은 영천, 경남·울산은 밀양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대구·경북이 밀양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갈등 구도가 형성됐다. 하지만 남부권 신공항은 2011년 이명박정부 때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백지화됐다. 과열 경쟁이 백지화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박근혜정부가 대선 공약에 따라 재추진했고 2014년 파리공항공단(ADP)이 영남지역 시·도민 항공 수요가 3500만명(2030년 기준)이라고 발표하면서 필요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ADPi는 자문회의에서 신공항의 성격과 주변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국제적 기준에 적합한 입지 조건들을 점수화해 가중치를 주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평가 항목별 가중치가 당락을 좌우하게 됐다.

양측은 안전성, 경제성, 접근성, 환경 문제 등을 놓고도 서로 우위를 주장하며 한 치 양보 없는 설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항목별 가중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이 갈등을 더 키우고 있다. 여야 구분 없이 부산과 나머지 4개 시·도로 나뉘어 진흙탕싸움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부산지역 의원들이 가덕도를 방문해 편들기에 나섰다. 새누리당 부산 의원들도 밀양으로 결정될 경우 불복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구·경북·경남·울산 4개 시·도 정치권도 여야 구분 없이 반(反)부산 전선을 형성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개입은 갈등만 부추길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은 유치전에 가세하기보다 입지 선정 후 야기될 수 있는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합의대로 5개 시·도가 공항을 매개로 한 경제공동체를 구성하고 탈락 지역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논의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중재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선정 기준과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반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대구=윤봉학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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