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사우디 압력에 아동인권 탄압국 명단서 이름 뺐다”

입력 2016-06-10 18:10 수정 2016-06-10 18:14

반기문(사진)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아동인권 침해 블랙리스트 명단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 연합군을 뺀 이유에 대해 사우디의 유엔기금 지원 철회 압력에 굴복한 때문이라고 시인했다. 이는 인권 문제, 특히 어린이 인권 문제를 돈 문제와 결부시킨 것이어서 국제적 비난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일은 향후 그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반 총장은 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우디 등을 아동인권 탄압 명단에서 뺀 것은 유엔기금 철회 압력 때문”이라며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한테 온 압력대로라면 향후 수백만명의 다른 아이들이 고통받을 수도 있을 것이란 점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또 “더 큰 선의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그러면서 “회원국이 유엔에 그런 식의 견디기 어려운 압박을 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유엔 차원에서 이와 관련해 조사를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의 회견에 대해 압둘라 무알리미 유엔 주재 사우디 대사는 “우리는 유엔을 협박하지 않았고, 기금 얘기도 안 꺼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엔은 지난 2일 발간한 ‘어린이와 분쟁 연차 보고서’에서 “지난해 예멘 내전으로 어린이 사상자 2000여명의 60%는 사우디 주도의 아랍 연합군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 사우디가 반발하자 반 총장은 지난 6일 사우디를 명단에서 뺐다. 유엔 측은 “사실 여부를 더 조사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명단 삭제 이후 국제 인권단체들은 반 총장의 행태가 유엔의 위상을 깎아내렸다면서 강력 반발했다. 특히 국제앰네스티 등 20개 인권단체들은 8일 사우디를 명단에 다시 올리라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반 총장 앞으로 보냈다.

한편 반 총장은 한국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사무총장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총장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