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요타, 육아 지원을 기업 생존전략 삼았다

입력 2016-06-10 17:38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올해 3704만명인 ‘일할 수 있는 사람’이 3년 안에 약 50만명 감소한다. 후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어 고령사회가 되고, 2020년이면 베이비붐 세대가 노령인구에 진입할 것이다. 인구절벽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내년과 후년 고교 입학생이 13만명 줄고, 시·군·구 226곳 중 95곳은 벌써 사망자가 신생아보다 많다. 2024년부터 경제 규모 유지에 필요한 노동력이 부족해질 거라고 한다.

이는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의 초저출산 현상이 15년째 계속돼온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1개국이 초저출산율을 경험했는데 우리만 벗어나지 못했다. 저출산과 인구절벽을 극복하려면 정부 못지않게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환경을 확 바꿔야 한다. 아이를 낳아도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 직장, 육아휴직이나 저녁이 있는 근로여건을 통해 남성도 가사에 참여하는 직장을 만들려면 기업의 결단이 필요하다. 저출산·고령화 극복에 일과 가정의 양립은 필수적이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파격적인 ‘재택근무’ 도입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사무·기술직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출퇴근이 필요 없는 근무체계를 운영키로 했다. 회사에는 1주일에 2시간만 나오고 집이나 외부에서 업무를 처리한다. 도요타는 유능한 인력이 육아나 부모 간병 때문에 회사를 떠나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여성이 계속 일할 수 있고 남성이 수월하게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직장이어야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출퇴근이 없는 일본 기업은 12%에 육박한다. 일·가정 양립은 이제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됐다. 우리나라는 여성가족부가 일·가정 양립 정책을 맡아 왔다. 기업문화로 확산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컨트롤타워를 격상하고 파격적 인센티브로 기업의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