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남한의 중2가 무서워 북한이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내는 중학교 2학년생들의 심리적 방황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였다. ‘중2병’으로 불렸다. 그런데 요즘 ‘대2병’이 유행이라고 한다. 대학교 2학년들 사이에서 “메르스, 지카바이러스보다 무섭다”는 말까지 돈다. 진단표도 있다. △다른 사람과 스펙을 비교하며 자신을 비하한다 △평소보다 우울해진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 △전과(轉科), 휴학을 고민한다 △진로를 끝없이 고민하지만 결정하지 못한다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SNS에 내 상태를 수시로 올리고 토론·주장을 펼친다. △중고생을 보며 “저때가 좋았지”라는 말을 자주한다 △자기 스케줄을 자꾸 확인한다. 9개 중에 5개 이상 해당되면 ‘대2병’이 의심된단다.
전문가들은 취업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대2병’이 온다고 진단한다. 지속되면 우울과 피로가 겹치는 만성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병이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는 ‘N포 세대’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슈거 대디’가 유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슈거 대디(sugar daddy)’는 성관계 등을 대가로 젊은 여성에게 용돈을 주는 부유한 중년 남성을 칭한다. 비싼 학비와 생활비 때문에 대출을 받아야 하는 여대생들이 ‘슈거 대디’와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미국 대학생들이 졸업 때까지 평균 3만5000달러(약 4000만원)의 빚을 지는데 근래 ‘슈거 대디’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슈거 대디’와 여학생을 연결해 주는 한 사이트의 학생 회원수는 190만명에 달한다. 규모는 작지만 남학생들이 부유한 중년 여성 ‘슈거 맘’을 만나 학자금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이래저래 한국과 미국의 대학생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금수저’를 못 물고 태어난 아이들의 생활이 갈수록 비참해지는 것 같다. 사회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기도 전에 이처럼 상처를 입으면 나라 전체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 ‘대2병’을 앓고 ‘슈거 대디’를 찾는 젊은이들이 기성세대를 어떻게 볼지 생각만 해도 참담하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한민수 논설위원
[한마당-한민수] 대2병과 슈거 대디
입력 2016-06-10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