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대신 새 직함 갖는다
입력 2016-06-10 04:30
북한이 이달 말 최고인민회의 13기 4차 회의를 개최하는 건 지난달 7차 노동당 대회에 이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3대 세습체계를 완성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위해 당에 이어 정부에서도 ‘대관식’을 치르는 셈이다. 특히 당 대회에서의 ‘노동당 위원장’ 직위 신설처럼 이번 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대체하는 직함을 신설, 김 위원장의 권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9일 “이번 회의는 7차 당 대회의 후속조치로서 당 대회 결정사항을 반영하고 조직과 인사개편 등을 통해 내부 분위기를 쇄신할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의) 장기집권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헌법과 법령 개정 및 내각 인사가 단행되며 김 위원장이 새 직위에 추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7차 당 대회가 36년 만에 열린 것과 달리 북한은 통상 매년 1∼2회 정도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 왔다. 다만 당 대회 직후 열린다는 점에서 당 대회 결정사항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이 당 대회에서 밝힌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후속 조치가 논의될 전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5개년 전략을 구체화한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며 “북한이 발표할 5개년 계획에는 당 대회에서 제시하지 못한 ‘휘황한 설계도’가 포함될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조직 개편과 김 위원장의 정부 직함 문제는 맞물려 있다. 김 위원장이 당 대회에서 직함을 ‘노동당 제1비서’에서 ‘노동당 위원장’으로 바꿔 시대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듯, 국방위 제1위원장 직책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군 통수권을 갖는 국방위원장 직책을 앞에 ‘제1’만 붙여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 꼬리표를 뗀 새 직책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선 국방위원회를 ‘정무위원회’로 개편해 김 위원장이 ‘정무위원장’에 취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에서 내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형태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시절의 ‘중앙인민위원회 수위(首位)’ 직책이 부활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 위원장이 권력 일선에 등장한 후 ‘김일성 향수’를 자극하는 행보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중앙인민위는 1972년 신설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후인 1998년 폐지된 옛 최고지도기관이다.
7차 당 대회에서 신설된 ‘노동당 위원장’ 직함도 사실상 1960년대 당시 김 주석이 보유했던 ‘노동당 중앙위 위원장’을 재해석한 것이다. 아버지 김 국방위원장이 무력화한 당 중앙위 기능을 되살린 셈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국방위원회를 폐지 또는 약화시키고 중앙인민위로 대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일 시대 국방위원회는 국방은 물론 국가의 모든 의사결정권을 틀어쥐었다. 구일본의 ‘대본영’에 비견될 정도다. 원래는 국가주석이 국방위원장을 겸임하는 형태였으나 2대 세습 체계를 확립하고자 겸직 규정을 없앴다. 국방위원장 직책을 물려받은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국방위원회를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기관으로 개편했다.
이처럼 당과 군이 권력의 양대 축인 북한에서 군 통수권 이상을 상징하는 국방위원회는 김정은 시대를 맞아 위상이 재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당 대회에서 오극렬과 이용무 등 국방위 부위원장 2명이 정치국 위원 진입에 실패하면서 국방위의 위상이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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