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의 野의장… ‘식물국회’ 오명 벗을까

입력 2016-06-10 04:00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투표를 위해 입장하는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부의장으로 뽑힌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오른쪽 두 번째)과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도 함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일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 열망을 담은 20대 국회의 의장단이 9일 출범했지만 그 앞에는 여야 간 갈등 사안이 산적해 있다. 신임 정세균 국회의장이 성공적으로 대(對)정부 관계를 정립하고 3당 체제를 조율해 협치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0대 국회에선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일명 상시청문회법) 처리 문제가 남아 있다. 19대와 20대 국회 사이에 ‘계류 법안’ 상태로 표류하고 있는 이 법안은 사실상 여야 합의에 의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19대 국회가 남긴 최악의 허물인 탓에 국회 시작부터 정부·여당과 야권 사이에 냉랭한 기류가 형성돼 있다. 이 법안의 처리 방향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 백남기씨 과잉 진압 사건 등에 대한 야권의 접근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야권이 원내 다수를 차지한 만큼 법안 처리에 연연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해결할 가능성 제기된다.

정 의장이 책임 의회를 강조하면서 국회가 정책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정 의장은 당선 인사에서 “국회는 3부 중에서 민주적 정통성이 가장 높은 대의기구”라며 “단순 견제·감시 역할에 머물지 않고 국정 주체로서 부여된 권한을 적극 행사하고 책임도 함께 지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책임 정치의 주체로서 국회가 경제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위기 극복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밝혀 협치 기대감과 함께 정부와의 갈등 재현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본회의는 20대 국회 개원 11일 만에 열렸다. 국회의장 선출 안건은 19대 국회 때 정의화 전 의장이 임명한 박형준 사무총장이 보고했다. 국회의장직 포기 선언으로 원 구성 협상 물꼬를 텄던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국회 최다선 자격으로 의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서 의원은 “1981년 38세 젊은 나이로 11대 국회에 처음 들어와 36년 만에 임시의장으로 사회를 보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법에 따라 정 의장이 당적을 버리게 돼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동등한 의석수(122석)를 갖게 됐다. 새누리당은 본회의장 좌석도 박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위해 이동하는 통로 주변을 그대로 유지했다.

더민주는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원조 친노인 문희상 의원 대신 호남 출신의 정 의장을 의장 단독 후보로 선택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선 친노그룹 결집보다 총선에서 이탈했던 호남 민심 회복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 의장이 임명할 국회 사무총장에는 ‘정세균계’인 강기정 오영식 전병헌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강 전 의원과 오 전 의원은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시절 각각 정책위의장과 최고위원을 맡았지만 지난 총선에서 공천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강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제안을 받은 적도 없고, 관련 이야기를 들은 바도 없다”고 말했다.

강준구 전웅빈 최승욱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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