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본질은 관리자 아닌 설교자… 목회에 변명 금지”

입력 2016-06-09 21:33 수정 2016-06-10 16:23
강원도 원주 한솔오크밸리에서 9일 열린 한신교회 주최 제10회 신학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제임스 맥도널드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 총장의 강연을 듣고 있다. 아래는 주강연자로 나섰던 크렉 반스 프린스턴 신학대학원 총장과 한신교회 강용규 목사, 맥도널드 총장(왼쪽부터)이 폐막예배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주강연자로 나섰던 크렉 반스 프린스턴 신학대학원 총장과 한신교회 강용규 목사, 맥도널드 총장(왼쪽부터)이 폐막예배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목회란 한 기관을 운영하는 직업이 아닙니다. 예산을 짜고 위원회를 만들고, 회의하고 또 회의하는 것이 목회가 아닙니다. 목회는 삶과 죽음, 소망과 절망 같은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는 것입니다.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것을 단 위에서 설교하는 데 주저하지 마십시오. 말씀을 전하세요. 사랑하고 정의를 실현하세요. 변명은 하지 마십시오.”

제임스 맥도널드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 총장의 ‘변명 금지’라는 제목의 설교가 끝나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강원도 원주 한솔오크밸리에서 9일 열린 제10회 신학심포지엄 현장의 풍경이다.

서울 잠원동 한신교회가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과 함께 ‘새 시대를 위한 새로운 신학과 설교’라는 주제로 2007년부터 매년 심포지엄을 열어왔다. 목회 현장에서 시대 흐름에 발맞춰 신학적으로 재교육받기 어려운 목회자들에게 국내외 쟁쟁한 신학자들의 강의를 통해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날까지 3박4일간 열린 올해 심포지엄은 어느 때보다 다양한 주제를 다뤘을 뿐 아니라 목회에 도움되는 강연이 많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맥도널드 총장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발표한 ‘찬미 받으소서’ 회칙을 분석하면서 교회가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소명을 갖고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크렉 반스 프린스턴 신학대학원 총장이 ‘이류시인으로서의 목사’라는 주제로 세 차례 진행한 강연 역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반스 총장은 “목사는 전혀 시적이지 않은 삶 속에서 신성한 시를 찾아주는 자”라면서 “이 시를 짓고 찾는 작업은 일상적인 삶의 껍질을 벗기고 그 안에 담긴 신성함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했다.

서울 빛과생명의교회 이종철 목사는 “항상 설교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왔는데 반스 총장의 강연은 일상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메시지를 포착해내는 일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이 심포지엄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인 한신교회가 주최하지만 강연자는 물론 참석 목회자들은 초교파적이다. 올해엔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아침경건예배를 인도했다. 이 목사는 이날 '성령의 역사'라는 말씀을 통해 개인은 물론 교회와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성령의 능력을 강조했다. 또 한국루터학회 회장이자 호남신대에서 종교개혁사를 가르치는 홍지훈 교수는 강연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마르틴 루터의 진면목을 재조명했다.

올해 참석자 540여명 중 기장 소속 목회자는 35%이고, 나머지 65%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합동, 성공회 등 타 교단 소속 목회자였다.

그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했다는 서울 아침빛교회 김경래 목사는 “목사와 시인, 교회와 기후변화 등 시대적 흐름에 대한 해외 신학자들의 강의는 보수적인 교단에서 다루지 않는 주제들”이라며 “이렇게 자극을 받고 가면 생각이 달라지고 넓어져서 해마다 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 심포지엄의 특징은 목회자의 영육 간 회복에 초점을 두고 좋은 장소에서 여유 있게 행사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한신교회 교인들이 자원원봉사자로 섬겼고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에겐 경비의 절반도 지원했다. 이번엔 참석자 전원에게 지난 10차례 심포지엄의 주요 강의록을 담은 USB등 기념선물도 증정했다.

경기도 하남 감북동교회 김문희 목사는 “강연 내용도 좋았지만 행사가 열리는 장소 또한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있어 목회자들이 진짜 쉼과 회복을 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행사를 준비한 한신교회 강용규 목사는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말씀에 대한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신 소명을 새롭게 하며, 섬기는 목회 현장이 성령의 역사와 열정으로 다시 한 번 뜨거워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원주=글·사진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