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기습 인하… ‘구조조정’ 선제 대응

입력 2016-06-09 18:04 수정 2016-06-09 19:45
시장을 놀라게 할 만한 선제공격이었다. 한국은행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6월 0.25% 포인트 내린 이후 1년 만이다. 금통위원 7명 만장일치였다. 1.25% 기준금리 수준도 역대 최저치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는 틈을 타 전격 실행됐다. 다음달에나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에 의표를 찌른 것이다. 5월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발표되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정책금리 인상이 9월 이후로 넘어갔다는 관측이 나왔고, 이는 한은에 금리를 내릴 여유를 줬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는 0.75∼1% 포인트로 좁혀졌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닥칠 경기절벽에 대응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회의 후 간담회에서 “앞으로 본격화될 기업 구조조정이 실물경제와 경제주체의 심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선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정부 재정의 상반기 조기 집행에 따른 하반기 공백을 우려한 탓도 있다. 이 총재는 “조기 집행 때문에 하반기에는 재정이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나왔다”며 “여러 정황을 보고 이달에는 한은이 먼저 움직이는 게 좋다고 봤다”고 했다.

한은의 선도적 금리 인하에 시장도 출렁거렸다. 전날 2027.08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코스피는 금리 인하 발표를 전후해 장중 2035.27까지 오르며 최고점을 다시 돌파했다. 하지만 경기 전망이 악화됐다는 부담에 다시 하락, 전날보다 2.91포인트 떨어진 2024.17에 마감했다. 국고채 금리는 다시 사상 최저치로 떨어져 5년 만기물이 0.044% 포인트 내린 1.425%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성태 거시경제연구부장은 “한은이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나서고 금리를 인하하면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며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부진을 방어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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