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상전 전격 인하… 최적의 타이밍 골랐다

입력 2016-06-10 04:0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기로 결정한 뒤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구성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내린 것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이어 경기부양에도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구조적 경기침체 극복 방안으로 ‘폴리시 믹스(Policy Mix·정책 조합)’를 완성하려면 정부도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반기 하방리스크 커졌다”=한은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한국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부진과 물가하락세가 이어지는 와중에 구조조정 영향까지 악재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100→99)가 기준점을 밑도는 등 경제주체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하방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판단한다”며 “글로벌 교역부진 정도가 생각보다 크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그에 따른 하방리스크가 있을 것을 감안해 금리를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중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 1224조원(1분기 기준)에 달하는 가계부채 관리도 더 힘들어진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은행 여신심사 기능이 본격화되고 하반기 비은행권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면 지금과 같은 큰 폭의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라며 “우리 경제 기초여건, 국내 은행 외환건전성, 미국 외에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BOJ)은 완화정책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자본유출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본확충 방안 발표 다음 날 전격 결정=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금통위원 7명의 만장일치 결정이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특히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자본확충펀드 11조원과 정부의 1조원 현물출자 등 12조원을 투입키로 한 다음 날 한은이 시장의 예상보다 앞서 기준금리를 내린 시점도 미묘하다.

일각에서는 자본확충펀드와 관련해 한은이 원했던 조건을 대부분 관철시킨 점과 기준금리 인하를 연관짓기도 한다. 한은은 자본확충 원칙과 관련해 재정이 선도적 역할을 하고 한은이 주도하는 펀드는 보완적 역할이란 점을 분명히 했고, 펀드 대출 방식에서도 한도만 정하고 실제 대출은 자금 요청이 오면 하는 ‘캐피털 콜’ 방식 등을 관철시켰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구조조정 계획과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또 “(펀드 자금이) 전액 집행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2009년 당시에도 펀드를 20조원 조성했지만 실제 집행금액은 3조9000억원”이라고 말했다.

◇한은 나서는데 정부는?=한은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본확충펀드 재원으로 10조원을 부담한 데 이어 기준금리도 사상 최저치로 낮추면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이 구원투수로 전면에 나섰는데 하반기 경기가 더 어려워진다면 정부도 추경 편성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신증권 박혁수 연구원은 “한은 총재가 하반기 경기를 우려하며 재정이 마이너스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하는 등 재정 부문의 성장 기여 역할을 주문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만으로는 저성장과 성장잠재력이 약화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며 “추경 여부는 정부가 판단할 몫이지만 정부가 상반기 예산을 조기 집행했고 하반기에 가서 재정이 성장에 주는 효과, 의미에 대해 정부도 잘 알 것”이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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