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센카쿠… 中·러 군함 동시항행에 日발끈

입력 2016-06-10 04:02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접속수역에 중국과 러시아 군함이 진입하면서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촉발된 중국과 미국·일본의 신경전이 동중국해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9일 NHK방송에 따르면 중국 해군 소속 프리깃(호위함) 1척이 오전 12시50분쯤 센카쿠 열도 구바섬(중국명 황웨이위) 북동쪽 접속수역에 진입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은 이 사실을 확인하고 미군과 함께 감시에 들어갔다. 중국 군함은 약 2시간20분간 접속수역 안을 항행한 뒤 다이쇼섬(중국명 츠웨이위) 북쪽으로 빠져나갔다.

접속수역은 영해 밖 12해리(약 22㎞) 해역으로, 주권이 미치는 영해(영토 밖 12해리)는 아니지만 범죄예방 등을 위해 선박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지역이다. 접속수역 항행은 국제법상 위법이 아니다. 그동안 중국 해경선도 수차례 센카쿠 열도 일대 접속수역을 항행했다. 그러나 중국 군함이 이곳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기민하게 반응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즉각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하고 경계·감시 대비를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사이키 아키타카 외무성 사무차관도 이례적으로 오전 2시 청융화 주일 중국대사를 외무성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그러나 청 대사는 “댜오위다오 영유권은 중국에 있으며, 일본의 항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중국 국방부도 “중국이 관할권을 가진 해역을 해군 함정이 항행하는 것은 이치에 맞고 합법적이다. 어떤 나라도 여기에 경솔한 발언을 할 권리는 없다”고 밝혔다.

8일 오후 9시50분쯤에는 러시아 군함 3척도 센카쿠 접속수역에 진입했다가 다음 날 오전 3시5분 빠져나갔다. 중국과 러시아 군함이 같은 시간대에 예고 없이 민감한 지역을 항행하면서 일본 정부는 바짝 긴장했다. NHK는 “러시아 군함은 인도양에서 열린 군사훈련에 참가한 뒤 복귀하던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연합 군사훈련을 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동중국해 남서부에 있는 센카쿠 열도는 중·일 영유권 분쟁이 뜨거운 지역이다. 2012년에는 양국이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지역에 중국 군함이 항행한 것은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에서 미국과 함께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행보를 견제해온 일본에 대한 시위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7일에는 중국 전투기가 동중국해 국제공역에서 정찰 중인 미군 정찰기에 근접해 진로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