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母性)을 테마로 작업해 온 중견화가 양순열(57·사진)씨가 9일부터 3개월간 네덜란드 호린험의 하멜하우스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하멜하우스는 한국을 최초로 서양에 소개한 책 ‘하멜 표류기’를 쓴 헨드릭 하멜(1630∼1692)의 고향집을 박물관 형식으로 리모델링한 문화공간이다. 지난해 6월 개관 이후 첫 초대전으로 양씨의 작품을 선보인다.
하멜하우스는 양씨에게 보낸 초청서를 통해 “인간의 꿈과 사랑, 행복과 희망, 욕망과 존재 등을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의 작품 스타일이 ‘하멜 표류기’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 초대전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고향을 그리워하다(I long for my home)’라는 타이틀로 동양화, 조각, 영상, 설치, 홀로그램 등 40여점을 출품했다.
양씨는 전시에 앞서 하멜이 표류하다 처음 도착한 제주도를 직접 방문했다. 그곳에서 하멜의 심정을 헤아려보고 하멜이 바라보았을 제주도의 풍광을 그림과 영상에 담았다. 1653년 항해 중 난파를 당해 제주도와 강진군에서 14년간 생활한 하멜은 네덜란드로 귀국한 후 조선의 생활상 등을 상세히 기록한 기행문을 1668년 펴냈다.
9일 전시 개막식에서 양씨는 하멜을 상징하는 ‘호모사피엔스’ 조각을 품에 안고 호린험 항구의 배에서 내려 하멜의 집까지 걸어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당신이 새라면 날아갈 수 있겠지만 우리는 외국인을 나라 밖으로 보내지 않는다”는 왕의 말에 낙담하고 탈출을 시도하다 14년 만에 귀향에 성공한 하멜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의식이었다.
전시장에는 하늘과 바다의 쪽빛 한지가 천장부터 바닥까지 설치됐다. 꽃을 그린 ‘화심(花心)’ 8점과 조각 작품 ‘호모사피엔스’ 8점도 전시됐다. 그림과 조각이 각각 8점인 것은 하멜과 함께 귀환한 8명을 상징한다. ‘호모사피엔스’ 홀로그램 영상에는 조그만 구멍을 냈다. 마치 전통 창호지에 구멍을 뚫어 내부를 훔쳐보던 옛 한국인의 감수성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대표작 ‘사랑의 어머니’ 시리즈 가운데 한 점은 하멜하우스에 영구 전시된다. 전시를 하루 앞둔 8일 양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동인도주식회사의 선원으로 일본으로 항해 도중 풍랑을 만나 제주에 표류한 뒤 14년간 억류돼 있다 네덜란드로 귀환한 하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한국과의 기나긴 인연을 예술언어로 풀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하멜과 한국’, 예술언어로 풀어내다… 양순열, 네덜란드 하멜하우스서 초대전
입력 2016-06-09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