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공정위… 과징금 뻥튀기 후 멋대로 최대 90% 경감

입력 2016-06-10 04:00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법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대해 과징금을 ‘뻥튀기’해 산정한 뒤 다시 이를 자의적으로 깎아주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11∼12월 공정위를 상대로 ‘공정거래업무 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47개 사건, 695개 사업자에게 총 5조2417억원의 기본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3차례 조정 끝에 최종 부과된 과징금은 55.7% 감면된 2조3222억원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공정위가 기업의 위법행위를 과대평가해 기본과징금을 과도하게 산정했다고 결론지었다.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조정 과정에서 과징금이 대폭 감액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특히 과징금이 최종 확정되는 3차 조정에서 기본과징금의 33%에 해당하는 1조7305억원이 감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기업의 위법행위를 ‘매우 중대’ ‘중대’ ‘약한 중대’ 등 세 단계로 평가해 기본과징금을 적용한다. 감사 대상 기간 중 과징금을 부과 받은 기업 659곳 중 70.7%인 466곳이 가장 높은 ‘매우 중대’에 해당했다. ‘중대’는 142곳(21.5%), ‘약한 중대’는 51곳(7.7%)에 불과했다.

특히 담합사건은 구체적인 지표와 무관하게 거의 전부가 ‘매우 중대’였다. 담합위반 85건 중 97.6%인 83건이 여기에 해당했다. 입찰담합의 경우 ‘위반행위 내용’과 ‘시장점유율’ 등의 지표가 모두 ‘상’(3점)으로 평가돼 ‘과거 위반 횟수’ ‘고의성’ ‘파급효과’ 등 다른 지표와 무관하게 최고 등급이 부과됐다.

공정위는 이처럼 과도한 기본과징금을 매겨놓고 자의적으로 이를 감면해 왔다. ‘현실적 부담 능력’ ‘위반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 ‘시장여건’ 등 모호한 데다 법적 근거도 없는 기준을 적용해 과징금을 50% 넘게 감면할 수 있게 했다.

실제로 2014년 ‘매우 중대한 담합행위’를 저지른 한 건설업체는 이를 통해 과징금을 90%나 감면받았다. 현실적으로 과징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어 50%, 부당이득 규모가 크지 않아 30%,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10%가 깎였다. 이 업체는 2차 조정 때만 해도 과징금이 696억원이었는데 3차 조정에서 626억원이 깎여 70억원만 냈다.

이런 ‘혜택’이 모든 사업자들에 똑같이 돌아간 것도 아니다. 한 업체는 전년도에 적자를 봤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80%(42억원) 감면받았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적자를 봤던 다른 기업 5곳은 과징금을 감면받지 못했다. 기본과징금 산정 때 이미 적용한 감면 사유를 2차, 3차 조정에서 다시 적용해 중복 감면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런 ‘고무줄’ 기준 때문에 업체의 로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으나 감사원 측은 “(로비 여부는)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기업 입장에서 공정위가 예측가능하고 투명할 수 있도록 과징금 부과 제도를 개선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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