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김경택] 신공항 갈등 조장하는 정치인들

입력 2016-06-10 04:49

영남권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이달 말 입지선정 용역 결과 발표를 앞두고 지역 의원들이 직접 나서 세를 과시하는가 하면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신공항 사업 계획은 노무현·이명박정부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됐다가 2011년 백지화됐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후보지 적합성이나 사업비 등을 표면적인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 밀양이나 가덕도 어느 한쪽으로 결정하더라도 좋은 소리를 못 들을 게 뻔하니 정권 차원에서 사업을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다시 들고 나온 뒤 한동안 잠잠했던 불씨가 되살아났다. 지난해 1월 영남권 5개 시·도 단체장이 신공항 유치 경쟁을 자제키로 합의한 게 무색할 정도로 지역 민심은 갈라질 대로 갈라져 있다.

지역감정에 불을 붙인 건 정치권이다. 서병수 부산시장과 부산 지역 의원들은 ‘단체행동’까지 불사하며 팔을 걷어붙였다. “가덕도 유치에 실패하면 부산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 철회가 있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밀양 유치를 지지하는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도 맞불을 놨다. 부산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키우자 “용역결과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예단하고 이를 무산시키거나 불복하려고 움직인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야당의 차기 대권 잠룡도 불을 끼얹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9일 부산 가덕도를 찾아가 “친박 핵심이라고 알려진 서병수 부산시장마저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며 “정부는 이런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보지 결정 이후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몰아닥칠 게 뻔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갈등을 조장하는 꼴이 됐다. “다 표를 얻으려고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는 영남권 한 의원의 ‘솔직한 말’이 씁쓸하기만 하다. 대규모 국책사업에 정치 논리가 끼어들어 생기는 국론 분열과 국력 낭비에 대해선 누가 책임질 것인가.

김경택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