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산업계가 ‘차이니스 인베이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이 최근 기술력이 앞선 독일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중요한 기업들을 눈 뜨고 중국에 뺏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자본의 독일 기업 인수 규모가 올해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고 8일(현지시간) 전망했다.
금융기업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는 올해에만 독일 업체 24곳을 인수했다. 1주일에 기업 한 곳 이상이 인수된 셈이다. 중국이 유럽 각국에서 실시한 기업 인수는 모두 119건이다. 독일이 가장 많고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15건이다. 독일의 경우 이 추세라면 한 해 최고치였던 2014년의 28건을 쉽게 추월할 전망이다.
중국의 해외기업 인수 러시는 수년 전부터 생긴 현상이다.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 육성 목적으로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을 적극 지원하면서부터다. 투자자문사 리디움그룹의 지난해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투자액은 2020년 18조 달러(약 2경8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유럽에서는 2011년부터 독일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중국 투자자가 독일 기업 인수에 들인 비용은 91억 달러(약 10조4800억원)를 넘었다. 2014년의 인수 총액 26억 달러(약 3조원)의 3배가 넘는다.
문제는 인수된 독일 기업 상당수가 정부의 장기산업발전계획인 ‘산업 4.0(Industrie 4.0)’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정부는 제조업을 디지털화하고 공장을 직접 소비자와 연결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이 계획을 추진했다.
특히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그룹이 지난달 산업용 로봇업체 쿠카(Kuka)를 44억 유로(약 5조7800억원)에 인수하려한 시도는 위협적이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재무장관이 범유럽 컨소시엄을 지난주 직접 제안하며 대항했을 정도다. 가브리엘 장관은 8일에도 “경직된 경제구조를 지닌 지역투자자를 더 엄격히 규제하자”며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WSJ는 “독일 기업이 중국의 주된 타깃이 된 이유는 디지털화와 자동화에서 선두를 달리기 때문”이라며 “기존 사업파트너들은 쿠카의 소유주가 바뀌면 정보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갈까 봐 협력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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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머니에 팔려가는 獨 기술기업들
입력 2016-06-09 18:47 수정 2016-06-09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