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홍대앞’ 거리에는 많은 청춘들이 몰려와 젊음의 싱그러운 꽃을 피운다. 나는 이 풍경이 참 좋다. 반면 내가 강의실에서 만나는 대한민국의 청춘들은 취업과 경쟁에 내몰려 그 싱그러움을 상실하며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청년 정신이 시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청년기는 혼란과 모순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시기이며 자신의 이상이 점차 무너지며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자기 고뇌를 통한 예술적 감성이 극대화되는 시기이다. 따라서 이들의 문화는 기성문화의 진부함과 청소년 문화의 미숙함을 뛰어넘어 늘 새롭고 실험적인 문화의 트렌드를 주도해왔다.
1970년대 이후 한국 청년문화의 주체는 대학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활동한 젊은 지식인들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이전의 청년문화가 보여주었던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은 소비주의의 교묘한 자기증식의 전략에 의해 선점되고 말았다. 혹자는 이런 청년문화의 죽음에 대해 우리사회의 ‘대학’ 교육의 붕괴와 ‘인문학의 몰락’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기독교 문화 사역 역시 청년층이 주도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오늘날의 교회 문화는 성숙한 청년들을 위한 콘텐츠가 너무나 부족하다. 기독 청년운동은 단지 예배와 전도 프로그램을 넘어 성숙하고 정교한 세계관 학습과 문화적 실험이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교회의 청년부와 대학 선교단체들의 급격한 쇠퇴도 영성 이상으로 이런 문화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다.
1990년대 중반 즈음부터 ‘홍대앞’을 중심으로 일부 젊은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상업적 방식과 구별된 자생적 문화 공간과 소위 ‘인디’ 문화가 태동되었다. ‘홍대앞’에는 클럽과 공연장 뿐 아니라 출판기획과 편집, 공공미술, 실험예술, 문화기획, 문예교육, 대안학습공동체 등 다양한 개인과 법인들이 상호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공존하고 있는 공간이다.
물론 오늘날 홍대 지역이 과연 ‘인디’적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처음 이 지역의 문화를 만든 사람들이 턱없이 올라간 임대료로 인해 밀려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많은 인파가 몰려들며 상업화되면서 ‘홍대앞’은 이제 자본에 의해 하이제킹 당한 공간인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곳에서 진지하고 건강한 대안문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나는 기독교 문화 컨텐츠 역시 이러한 ‘인디’ 문화의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세상을 정복하고 영향력을 확장하라”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주류 문화와 동떨어져 있지 않지만 그 세속적 가치에 대한 저항과 다양한 실험을 통해 기독교 가치관을 예술로 표현해 가는 것이다.
요즈음 홍대앞에는 대안적 기독 문화운동을 꿈꾸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일명 ‘수상한 거리’ 프로젝트로 명명된 홍익로 5길에는 ‘코드 미니스트리’가 주도하는 여러 문화공간들과 프로그램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이 거리에는 기독 음악인들이 연합해서 설립된 복합문화공간 ‘래드빅스페이스’와 문화를 통해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펼치고 있는 ‘빅퍼즐 문화연구소’, 그리고 청년들이 주도해 설립된 여러 교회들이 밀집해 상호 시너지를 발휘하며 특별한 기독교 문화 밸리를 형성해 가고 있다.
이들 기관들의 주요 특징은 기존 교리와 교권적 틀을 깨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추구하고, 일반문화와의 벽을 넘어 적극적인 상호 소통을 추구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중심에는 하나님나라 운동의 가치 확장과 선교 열정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각 기관들은 성장을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친교와 협업을 통한 공동체 정신을 공유한다.
절두산과 양화진으로 대변되는 기독교 전통과 새로운 실험이 공존하는 ‘홍대앞’에는 지금 젊은 사역자들이 주도하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주말엔 홍대앞 ‘수상한 거리’에서 신선한 기독문화 공간을 방문하고 젊은 문화인들을 만나보면 어떨까? <윤영훈 빅퍼즐문화연구소장>
[윤영훈의 컬처 토크] 홍대앞 대안 기독교 문화운동 주목하라
입력 2016-06-10 20:34 수정 2016-06-10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