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견제… ‘양날의 칼’ 쥔 정세균

입력 2016-06-09 18:08 수정 2016-06-09 21:26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첫 본회의에서 처음으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14년 만의 야당 출신 국회의장으로 뽑힌 정 의장은 협치와 견제 사이에서 균형추를 맞춰나가야 하는 ‘양날의 칼’을 쥐고 2년 동안 국회를 이끌게 됐다. 구성찬 기자

16년 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를 이끌 제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더불어민주당의 6선 정세균(66) 의원이 선출됐다. 정 의장은 4·13총선 민의에 따라 정부·여당을 견제하면서도 협치의 발판을 만들어야 하는 무거운 책무를 짊어지게 됐다.

정 의장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열린 국회의장 선거 무기명 투표에서 총 287명 가운데 274표를 얻어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정 의장 앞에는 여당과 협조해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일하는 국회’ 구현이라는 가장 큰 과제가 놓였다. 발목 잡는 야당이 아닌 원내 제1당으로서 더민주가 책임정당의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견인하고, 자칫 집권 후반기 정부·여당의 레임덕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가 초래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특히 3당 체제 아래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정부·여당과 거야(巨野)가 극한 대립으로 일관할 경우 국회는 파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정 의장은 당선 일성으로 “피폐해진 민생을 살피고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만드는 일, 오랜 타성으로 무너진 국가 시스템을 재건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일 등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책임의회를 기반으로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 위기 극복을 위한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 갈등 ‘조장자’가 아닌 ‘조정자’로서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약속했다. 그는 2012년부터 제안했던 여야 간 경제위기 극복 대책기구 구성을 비롯해 능동적인 국회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14년 만의 야당 국회의장으로서 정부·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입법부의 권위를 세우는 데도 힘을 쏟을 전망이다. 정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여당을 심판하고 의회권력을 교체한 총선 민심과 의회의 역할, 책임을 생각하면 온건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국회 운영으로 민주주의와 경제위기 극복에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은 국회 사무총장(장관급)과 입법차장·사무차장·국회도서관장(차관급) 등 4000여명의 국회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다. 상임위 의결 없이 법률안을 직접 본회의에 올릴 수 있는 직권상정 권한도 갖고 있다. 임기는 2년. 국회부의장은 새누리당 심재철,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이 맡는다. 정 의장은 본회의에 앞서 열린 더민주 의원총회에서 전체 121표 중 71표를 얻어 문희상 의원(35표)을 제치고 의장 단독 후보로 선출됐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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