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는 새마을운동… 24개국에 120개 시범마을

입력 2016-06-09 19:37
1970년대 한국의 고도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새마을운동이 개발도상국의 지역사회 개발 성공모델로 해외로 전파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23일(현지시간) 우간다 캄팔라시 마케레레 대학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3회 우간다 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조명수 새마을운동중앙회 사무총장 등이 우간다 고위공무원, 현지 새마을운동지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제공
새마을운동은 1970년부터 시작된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이다. 근면·자조·협동의 기본정신을 바탕으로 정부 주도 하에 강력하게 추진된 이 운동은 농촌 주택개량, 소득증대 사업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농촌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새마을운동은 농촌근대화운동으로 시작돼 공장·학교·도시·직장 등 한국사회 전체로 확산됐고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고도성장을 구가한 70년대 ‘한강의 기적’을 뒷받침했다.

새마을운동은 한때 침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2000년 이후 유엔 등 국제사회로부터 지역사회개발운동의 성공적인 모델로 인정을 받으면서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의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서서히 해외로 확산되고 있다.

아프리카 우간다는 그 중에서도 새마을운동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2009년 행정자치부와 새마을운동중앙회의 지원사업으로 키테무, 카테레케 등 2곳이 새마을운동 시범마을로 선정되면서 싹을 틔웠다.

카테레케는 250여 가구 1500여명이 거주하는 낙후된 농촌이었으나 새마을운동을 통해 발전해 가고 있다. 훼손된 채 수년간 방치됐던 마을도로 400m 구간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정비했고 2012년부터는 매월 셋째 주에 주민들이 도로와 우물을 정비하고 대청소하는 ‘스마트 마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양어장·양계장과 비누공장·벽돌공장·전통의상공장, 공동농장 등을 통해 소득증대 사업도 펼치고 있다. 2013년 30가구 60명의 회원이 3마리로 시작한 염소은행은 3년 만에 20마리로 불어났다.

인구 2500여명에 520여 가구가 사는 키테무도 버섯공장·벽돌공장·가구공장과 재봉틀학교 등을 운영하고 마을길 포장, 공중화장실과 공동우물 설치 등 환경개선사업을 펼치고 있다. 카테레케와 키테무 마을은 마을공동사업 수익 일부를 적립하고 이를 마을 발전에 재투자하는 상조형 금융시스템인 새마을금고까지 운영하고 있다.

우간다는 2010년 새마을회를 조직했고 2014년에는 새마을 모바일 학교를 만들어 상담을 원하는 마을에 찾아다니며 새마을교육을 실시하고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시범마을들이 성과를 내고 모바일 학교 등을 통해 새마을운동이 알려지면서 우리 정부의 사업비 지원 대상이 아닌데도 자발적으로 새마을운동을 추진하는 자생마을이 48개나 생겼다. 2015년에는 반다, 은디라웨루, 차봄보 등 6개 마을이 시범마을로 추가 선정돼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에 맞춰 수도 캄팔라 인근에 농업지도자연수원을 개원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차원에서 국제협력단(KOICA)이 비용을 지원해 설립한 이 연수원은 아프리카 새마을운동 확산의 전진기지이자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등 다른 아프리카 개도국들도 시범마을을 중심으로 새마을운동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박동석 행자부 새마을팀장은 “새마을운동은 투입재원의 약 절반가량이 노동력 제공이나 기부 등 주민의 자발적 부담으로 조달된다”며 “수익성이 높지 않은 농촌개발 분야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도국들이 정책적으로 활용하기 좋은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의 세계화는 행자부(새마을운동중앙회), 외교통상부(코이카), 경북도(새마을세계화재단), 농림축산식품부(농업진흥청) 등이 협력해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지원에 힘입어 해외에 설립된 새마을운동 시범마을은 지난해 말 현재 24개국 120개 마을에 달한다. 아시아지역이 몽골, 네팔, 미얀마, 라오스, 스리랑카, 캄보디아, 필리핀 등 10개국에 70곳으로 가장 많다. 아프리카 지역은 우간다,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마다가스카르, 코트디부아르, 르완다 등 11개국 47곳이다. 중남미 지역도 페루,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3개국에 각각 한 곳씩이 있다. 이 마을들은 각 나라별로 새마을운동 확산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의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한 개도국 공무원과 새마을운동 지도자 국내 초청연수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행자부·새마을운동중앙회(2009∼2015)와 경북도와·새마을세계화재단(2005∼2015)을 통해 초청연수를 다녀 간 외국인은 총 93개국 5177명에 달한다. 이들은 자국으로 돌아가 새마을운동의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행자부는 세계 각국의 새마을지도자들이 모여 새마을운동의 성과와 구체적인 성공사례, 확산방안 등을 공유하는 지구촌 새마을지도자대회도 해마다 국내에서 열고 있다.

심덕섭 행자부 지방행정실장은 “새마을운동이 세계 지역사회개발의 모델로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업들을 개발하고 보완하면서 개도국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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