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25%로 0.25% 포인트 내렸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6월 이후 1년 만으로, 동결될 것이란 시장의 관측을 깬 전격적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한은이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의 통화정책을 편 것은 경기방어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최근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데다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질 경우 한은이 하향 수정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2.7% 달성마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부와 엇박자를 내는 듯한 중앙은행이 정책 공조를 함으로써 경제주체와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부작용을 걱정하는 지적도 많다. 금리가 내려 돈이 풀려도 당국 의도대로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묶여 있는 ‘유동성 함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한은이 시중에 발행한 돈이 얼마나 잘 유통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통화승수는 지난 3월 말 현재 2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경제 구조가 변함에 따라 금리 인하의 파급력이 갈수록 약해져 성장 모멘텀을 더 이상 견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역기능만 드러낼 수도 있다. 대표적인 악재가 122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증가 가능성이다. 국지적이나마 과열 현상을 나타내는 부동산 열풍까지 가세할 경우 가계부채 증가세에 속도가 붙을 것은 명확하다.
이제 공은 정부에 넘어갔다. 한은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10조원을 지원키로 한데 이어 기준금리도 예상을 뒤엎고 인하한 만큼 정부는 재정과 통화의 ‘정책 패키지’를 통해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당장 이달 말 발표 예정인 ‘2016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알맹이 있는 내용을 담아야겠다. 가계소비를 진작할 수 있는 소비 활성화 방안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가계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근본 대책도 검토해야 한다.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지원책도 절실하다. 기업들도 고용 증대에 만전을 기하는 등 경제활력 회복에 적극 동참해야겠다.
불확실한 외생변수에 대한 감시의 끈도 늦추면 안 된다. 시기가 잠시 미뤄졌을 뿐 미국의 금리 인상은 예고돼 있다. 이에 따른 대비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작년 말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로 올해 초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급격한 자본 유출을 이미 경험했다. 영국의 EU 탈퇴 여부 이후의 파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 역시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성패에 따라 한국경제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을 당국자들이 모를 리 없다. 통화 당국의 지원까지 받은 마당에 이젠 핑계도 없다. 사즉생의 각오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
[사설] 한은 기준금리 인하 실질적 경기부양으로 이어져야
입력 2016-06-09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