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 앱 수수료 인하 ‘장군멍군’

입력 2016-06-10 04:00
애플 앱스토어 아이콘(왼쪽)과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아이콘.
구글과 애플이 앱스토어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나선다. 개발자와 사용자가 자신의 생태계에 더 오래 머물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필 실러 애플 글로벌마케팅 수석부사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더 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앱 수익 분배 모델을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앱을 판매할 때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예를 들어 1000원짜리 앱을 판매하면 애플이 300원을 떼고, 개발자는 700원만 가져가는 것이다.

실러 부사장은 “매달 일정액을 과금하는 구독 방식으로 앱을 판매한 경우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수수료를 15%로 낮추겠다”고 설명했다. 앱 개발자는 앱 판매 1년이 지난 시점부터 매출의 85%를 수익으로 가져가게 된다. 애플은 매출 비중이 가장 큰 게임을 비롯해 모든 종류의 앱에 새로운 수수료 정책을 적용할 계획이다.

애플이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며칠 앞두고 발표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전통적으로 새로운 운영체제(OS) 소개에 방점을 찍었던 WWDC에서 올해는 앱 생태계와 관련한 내용이 중심을 이룰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그만큼 앱 생태계가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애플이 수수료 정책을 변경하자 구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미국 IT 매체 리코드는 구글이 애플과 같이 구독 방식으로 앱을 판매한 경우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1년이 지난 시점부터 변경하는 애플과 달리 구글은 바로 적용한다. 구글은 이미 몇 곳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새로운 수수료 모델을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과 애플 모두 새 수수료 정책을 언제부터 적용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구독 방식은 사용자가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신문, 잡지, 음원 서비스 등에 주로 적용된다. 구글과 애플 모두 한 번에 유료 판매하는 앱은 기존처럼 30%의 수수료를 유지한다.

따라서 이번 수수료 체계 변경은 앞으로 앱 생태계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 번에 큰돈을 지불하기보다 적은 금액이라도 매달 내도록 만드는 게 앱 개발자들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유료 앱은 월정액 구독 방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구글과 애플이 구독 방식에만 수수료 인하를 적용한 것은 앱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 자신의 생태계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 시장의 양적 성장이 둔화되면서 신규 사용자 확보로는 생태계 확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성장률은 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4.4%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총 15억대이며, 2020년에는 19억대 수준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해마다 성장률이 둔화된다는 뜻이다.

더 버지는 “앱 구독을 유도하는 건 기존 고객 기반으로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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