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볼 논란’ 벤추라, 트레이드 되나

입력 2016-06-09 22:25

캔자스시티 로얄스 투수 요다노 벤추라(25·사진)는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46·은퇴)의 후계자로 기대를 모은 유망주였다. ‘리틀 페드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한때 100마일을 넘나드는 패스트볼을 던져 파이어볼러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페드로와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어서 더 기대를 모았다.

출발은 좋았다.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 끝에 2013시즌부터 빅리그 무대에 등장, 세 차례 캔자스시티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이듬해에는 주전 투수자리를 꿰찼다. 14승10패에 평균자책점 3.20을 기록했다. 어린 나이에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경험하며 한창 주가를 올렸다. 지난해 성적도 나쁘진 않았다. 13승8패에 평균자책점 4.08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쌓았다. 구속은 90마일 후반대로 조금 떨어졌으나 아직 어리고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작 그의 이미지를 깎아내린 건 바로 다혈질 성격이었다. 벤추라는 자신의 구속만큼이나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다. 경기가 풀리지 않거나 작은 신경전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해에는 크고 작은 사건들의 중심에 서며 ‘악동’ 이미지를 굳혔다. 한달 동안 무려 세 차례나 벤치클리어링을 촉발하기도 했다.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과 언쟁을 벌인 게 첫 번째 벤치클리어링 원인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경기에선 브렛 로리에게 위협구를 던져 논란이 됐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전에선 아담 이튼에게 욕설을 해 벤치클리어링의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7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 뿐 아니다. 같은 해 8월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호세 바티스타에게 뜬금없이 트위터로 ‘함부로 말하지 마라’는 식의 비난 섞인 글을 남겨 논란이 됐다. 결국 바티스타에게 생긴 앙금은 포스트 시즌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24일 열렸던 토론토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 6차전에 선발투수로 출전해 상대 유격수 트로이 툴로위츠키, 팀 레이퍼 1루 코치와 신경전을 벌였다.

올해도 벤추라의 ‘중2병’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8일 김현수의 소속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에서 빈볼로 말썽을 부렸다. 매니 마차도에게 시속 99마일의 강속구를 던져 등에 맞췄다.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한 마차도는 마운드를 향해 달려와 벤추라에게 주먹을 날렸다. 벤추라도 피하지 않고 이에 맞섰다. 결국 양 팀의 벤치클리어링으로 번졌고 두 선수는 퇴장명령을 받았다.

미국 CBS스포츠는 9일 “로얄스가 벤추라의 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성적 부진과 논란의 역사를 트레이드 원인으로 꼽았다. 벤추라는 올 시즌 4승4패를 거두고 있는데 평균자책점이 5.39로 높다. 메이저리그에서 촉망을 받던 기대주였던 벤추라는 결국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캔자스시티를 떠날 신세에 처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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