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 교회’를 세워라] 기도모임 있는 중·고교 10%뿐… 90%가 미전도지역인 셈

입력 2016-06-09 21:34
서울 강남구에 사는 고교생 박형진(18)군은 올 초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박군이 신앙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가을, 학교 내 기도모임에 나가면서부터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박군은 항상 주눅 든 상태로 학교생활을 했다. 하루는 같은 반 친구가 다가와 “기도 한 번 해볼래?”라며 말을 붙였다. 박군은 친구의 호의에 선뜻 응했다.

기도모임에 가보니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들이 많았다. 부모님의 불화나 과중한 학업, 남모를 장애 등을 호소했다. 음악실이나 미술실, 국기게양대 앞 등 모임 장소를 바꿔가며 기도하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학교 안에 기도모임을 세우는 ‘스탠드’ 사역을 하는 나도움 목사는 9일 “기독교 신앙이 없는 학생들이 친구를 따라 기도모임에 나오면서 복음을 만나기도 한다”며 “그래서 학교 내 기도모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 목사는 “고3 학생의 경우 신앙이 없더라도 학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이들도 기도모임에 나와 고민을 나누면서 복음을 접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도모임에 가보면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친구, 틱 장애로 고민하는 친구, 장애가 있는 친구, 주목받지 못한 아웃사이더들도 와서 기도하곤 한다”며 “그런 친구들에게, 외모를 보지 않으시고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을 전한다”고 말했다.

김만호 좋은교사운동 학원복음화위원장도 “기도모임에서 신앙을 접한 학생들은 자연히 친구가 다니는 교회에 가게 된다”며 “주위의 기독 교사들은 학생들의 기도모임을 최대한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처음 신앙을 갖게 된 학생들을 돌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좋은교사운동과 스탠드 등에 따르면 5000개가 넘는 전국 중고등학교 가운데 기도모임이 있는 학교는 10분의 1 정도인 500개로 추정된다. 나머지 학교들은 말 그대로 미전도지역이다.

그럼 기독교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서 어떻게 기도모임을 시작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일단 학교 모임을 위해 기도하면서 주변에 있는 믿음의 친구들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나 목사는 “아침 조회 전, 점심시간, 석식 시간 등 친구들과 함께 모일 시간과 요일을 정하라”면서 “모임 장소를 찾는 것은 기독 교사를 수소문해 도움을 받으면 의외로 쉽게 풀린다”고 했다. 만약 학교 내에서 기독 교사를 찾지 못했거나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면 수돗가나 운동장, 빈 교실, 정자 밑, 국기게양대 등을 찾아 기도하면 된다. 음악실이나 다목적실 등도 가능하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