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野 국회의장 시대에 걸맞은 국정 패러다임 필요하다

입력 2016-06-09 20:15
20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 의장단이 구성됐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에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부의장에 새누리당 심재철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비록 법정 기한을 넘겼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매우 이른 구성이다. 기왕 하는 거 법을 준수했으면 의미가 남달랐을 것이다. 20대 국회는 우선 자신들이 만든 법을 밥 먹듯 무시하는 오래된 고질부터 고쳤으면 한다.

국회의장은 국회 운영에 관한 전권을 행사한다. 국회선진화법 시행으로 다소 축소됐으나 안건 처리 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본회의를 열거나 끝낼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때문에 국회의장은 중립성과 객관성이 생명이다. 국회의장이 당적을 갖지 못하도록 국회법에 규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1당인 더민주가 국회의장직을 차지한 건 총선 민의라 하겠다. 하지만 야당 국회의장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정 의장이 정파적으로 국회를 운영할 경우 주요 정부 정책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의장 권한은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고 공정하게 행사돼야 한다. 정 의장이 더민주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결코 성공한 국회의장이 될 수 없다.

정 의장은 “여소야대의 20대 국회는 이전 국회와 확연히 달라야 한다”며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국회다운 국회, 헌법정신을 구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행정부 발목만 잡는다면 20대 국회 또한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국회다운 국회’가 못 된다. 안보와 경제, 민생을 위한 일이라면 더민주 당론과 배치되더라도 정부·여당 편에 서는 악역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야당 국회의장 출현으로 행정부와 국회 관계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청와대 지시가 그대로 국회에서 관철되던 과거의 패러다임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대통령의 원만하고 효율적인 국정 수행은 국회 협조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했던 19대에도 번번이 제동이 걸렸는데 그때의 인식과 사고로는 원활한 국정 수행이 어렵다. 양보와 타협으로 예상보다 빨리 원구성 협상을 타결했듯 일당독주가 불가능한 20대 국회는 여야가 얼마나 대화하고 소통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