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네이마르(24·FC 바르셀로나)와 한솥밥을 먹었다. 둘의 포지션은 똑같이 윙어였다. 소속팀 내 경쟁이 불가피했다. 네이마르는 주전을 꿰찼고, 그는 백업 신세였다. 재능을 인정받은 네이마르는 2013년 6월 바르셀로나에 입단했다. 반면 그는 2015년 1월 포항 스틸러스에 둥지를 틀었다. 운명은 엇갈렸다. 네이마르는 바르셀로나에서 슈퍼스타로 성장했지만 그는 포항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다.
2015 시즌이 끝난 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25경기 4골 3도움)를 받아든 티아고는 포항에서 버림받았다. “슬펐습니다. 한국에서 실패한 선수가 되고 싶지 않았거든요.” 2015년 10월 브라질로 돌아간 그에게 성남 FC의 김학범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다시 찾아온 ‘코리안 드림’의 기회. 티아고(23)는 이번 시즌 명예를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프로 데뷔 5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티아고는 9일 현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12경기에 출장해 9골(4도움)을 넣어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포항에서 펼쳤던 활약과는 딴판이다. 그는 포항 이적을 통해 처음으로 외국 생활을 했다. 음식과 날씨 등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한국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그는 제 기량을 드러내지 못했다.
다들 티아고를 평범한 외국인 공격수로 봤다. 하지만 김학범 성남 감독은 달랐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것이다. 그는 축구스타가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오는 브라질에서도 ‘사관학교’로 불리는 산투스 FC 출신이다. ‘축구 황제’ 펠레와 페페, 호비뉴, 지에구 등 많은 선수들이 산투스를 통해 특급 스타로 떠올랐다.
티아고는 산투스 유소년 시스템에서 기본기를 다졌다. 산투스는 체력, 테크닉 등 다른 유소년 팀에서 중시하는 부분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대신 탄탄한 기초와 자연스러운 움직임 등을 살핀다. 성인이 됐을 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중요시한다. 산투스는 거친 태클을 남발하는 ‘전사’가 아니라 경기 향방을 순식간에 바꾸는 ‘마법사’ 기질을 가진 선수를 배출한다.
바늘구멍 같은 산투스 유소년 과정을 통과한 티아고는 18세였던 2011 시즌 프로에 데뷔했다. 한 달 만에 데뷔골을 넣은 그는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장밋빛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그의 앞엔 네이마르가 버티고 있었다. 네이마르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티아고는 네이마르가 대표팀에 차출되거나 다쳤을 때에만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그는 결국 임대를 다니다 포항의 영입 제의를 받고 K리그에 입성했다.
티아고는 짧은 패스와 폭발적인 역습으로 대변되는 포항의 ‘스틸타카(스틸러스+티키타카)’에선 자신의 능력을 뽐내지 못했다. 하지만 개인 기량을 중시하고 창의적인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김학범 축구’에선 빛을 발했다. 김 감독은 훈련 때마다 티아고를 불러 때론 혼내고, 때론 어르며 조련했다. 또 출전 기회를 보장해 주며 “맘껏 공격하라”며 자유를 줬다. 티아고는 “김 감독님을 만난 뒤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됐다”며 “동료들이 도와준 덕분에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다. K리그 선수들은 체력이 좋고 전술 이해도가 높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티아고에 대해 “스피드와 슈팅이 뛰어난 선수”라고 칭찬했다.
성남 홍보팀의 한도희 씨는 “티아고는 성격이 밝아 팀 동료들과 잘 어울린다. 성남 선수들 모두 능력 있고 열정적인 티아고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어 “티아고는 이번 시즌 개막 전 15골을 목표로 잡았는데, 최근 20골로 목표를 수정했다. 득점왕 욕심도 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요즘 티아고 얼굴엔 웃음기가 가시지 않는다. 지난 1월 5일 아들 미구엘을 얻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들에게 “아빠가 오늘도 골을 넣고 올게”하고 약속한 뒤 집을 나선다. 아내 마릴리아는 성남 홈경기엔 어김없이 아들과 경기장을 찾아 남편을 응원한다.
성남은 티아고의 활약에 힘입어 6승3무3패(승점 21)로 전북 현대(승점 26), FC 서울(승점 23)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티아고는 여전히 유럽 빅클럽에서 뛰길 원한다. 하지만 눈앞의 목표는 자신에게 기회를 준 성남의 품에 우승컵을 안기는 것이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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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9 2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