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기도했어요. 저를 이곳에 보낸 이유는 무엇인지, 굶주린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한국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아프리카에 있는 내내 눈물도 참 많이 흘렸어요.”
하근수(56·경기도 화성 동탄시온교회) 목사는 9일 전화인터뷰에서 월드비전 관계자들과 동행한 모잠비크 방문기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하 목사는 지난달 1∼6일 모잠비크 수도 마푸투에서 북쪽으로 1500㎞ 떨어진 곳에 있는 테테 지역을 찾았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비행기를 3번이나 갈아타며 20시간 넘게 날아가야 도착할 수 있는 지구촌의 오지였다.
하 목사는 “아프리카의 참상에 대해서는 그동안 이런저런 말만 들었을 뿐 정확히 아는 게 없었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아프리카의 현실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아 가뭄 빈곤 등이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실감한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5박6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모잠비크에서 만난 아이들은 하 목사의 마음을 크게 뒤흔들었다. 올해 열살이 된 소년 도밍고는 앞이 안 보이는 홀어머니를 둔 소년가장이었다. 도밍고는 동네에서 잡일을 해주고 품삯으로 받은 옥수수가루로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천애고아였던 열두살 소녀 안토니아를 만난 일도 인상적이었다. 하 목사는 “안토니아가 밤마다 혼자 자는 것이 너무 무섭다고 말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그는 안토니아에게 염소 한 마리를 선물했다. 모잠비크에서 염소 한 마리는 큰 재산이다.
하 목사가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아팠던 건 그 역시 힘든 성장기를 보내서다. 그의 부모는 황해도에 살다가 6·25 한국전쟁 때 충남 태안 안면도로 내려온 피란민이었다. 돈도, 땅도 없는 가난한 집안이었다. 하 목사가 중학교 3학년일 때 그의 아버지는 눈길에 미끄러져 크게 다쳤고, 병상에 누운 채로 3년을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하 목사는 졸지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동생이 3명이나 있어 어머니와 함께 생활비를 벌어야 했습니다. 저는 도살장에서 일했는데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많이 당했어요. ‘백정놈’ ‘냄새 난다’…. 모잠비크에서 힘든 유년기를 보내는 아이들을 만나니 제 어린 시절 생각이 나더군요.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하 목사는 동탄시온교회 교인들을 상대로 아프리카 아이들과 결연을 맺도록 독려했다. 교인 중 450명이 아동 결연 약정에 동참했다. 하 목사는 “앞으로도 아프리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국민일보·월드비전 ‘밀알의 기적’ 캠페인] “굶주리는 아프리카 어린이 참상 실감”
입력 2016-06-09 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