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춘희 <10·끝> 구청장 재선 성공에 대단한 뒷배?…“그분은 하나님”

입력 2016-06-09 21:20
박춘희 서울 송파구청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해 여름 지역경제살리기 일환으로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며 구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송파구청 제공

“당신의 지지기반은 무엇입니까.” 면접에서 공천심사위원들의 질문을 받고 참 당황스러웠다. 내게 그런 게 있을 턱이 있나 말이다. 그런데 불쑥 이런 답이 나왔다.

“제가 송파2동에 있는 새벽교회 권사입니다. 등록 성도가 1만명쯤 되는데, 우리 이승영 목사님 리더십이 아주 대단하십니다. 만약 제가 후보로 확정되면 우리 교회 목사님과 성도들이 저를 지지하고 응원할 것입니다. 우리 교회 목사님과 성도들이 제 지지기반입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위원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다. 그러면서 “송파구청장 후보로 나오려는 사람이 교회 이야기를 하면 되는가”라며 핀잔을 줬다. “없는 말 지어낸 것도 아니고 사실이라 그렇게 말 한 것”이라며 재차 강조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전혀 무겁거나 답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떠밀려 나간 자리였고, 단 한 번도 송파구청장 자리에 욕심을 낸 적이 없었다.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 면접을 그렇게 망쳐도 속은 후련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송파구청장 후보로 공천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공천심사와 관련해 후일담을 들었다. 역시 지지기반을 묻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을 놓고 위원들끼리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교회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후보로 낼 수 없다는 반대 측과 달리 찬성하는 쪽에선 “사법시험 9전10기가 경쟁력이다.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며 나를 밀었다고 한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공천을 받게 된 나는 2010년 6·2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선5기 송파구청장에 당선됐다. 4년 뒤 재선에도 성공했다.

송파구청장에 당선되고 이런 질문을 가끔 받았다. “뒷배가 누구입니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으니 대단한 뒷배를 뒀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두 팔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나님”이라고 콕 짚어 전했다. 하나님이야말로 든든한 백이 아닐 수 없다. 지금껏 내가 걸어온 길 위에 그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선거운동 현장에선 어렸을 때부터 갈고닦은 웅변 솜씨가 통했다. 분식집을 하고 사법고시에 도전한 스토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공감케 했다. 이런 히스토리를 누가 만들겠는가. 바로 하나님이시다.

행정을 모르던 사람이 송파구청장이 된 지도 6년이 되어간다. 행정은 일회성이 아니라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내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그들의 편의와 편리를 위해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통하는 자리를 자주 만들었다.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다수공약수를 취합해 구정을 이끌어가는 데 반영했다. 요즘엔 청소년이나 젊은이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오죽하면 내 역점사업이 ‘책을 즐겨 읽는 송파’ ‘청소년이 행복한 송파’를 만드는 것일까. 바로 이들의 미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래는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만약 내 미래가 행복하다고 가정해보자. 노력을 안 해도 어차피 행복한 미래일 텐데, 지금 열심히 살 필요가 없다. 반면 미래가 불행하다고 가정해보자. 어차피 노력해도 불행하긴 마찬가지일 테니 지금을 그냥 흘려보낼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다행히 미래에 대한 꿈만 갖게 하셨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현재에 충실하라고 조건을 거셨다. 나는 행복한 송파구의 미래를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뛸 것이다. 할 일이 많아 행복하고 꿈이 있어 행복하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