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46·사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2016 리우올림픽 개막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와일드카드로 낙점했던 홍정호(27·아우크스부르크)의 합류가 사실상 무산돼 서둘러 새판을 짜야 할 상황에 놓였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8일 “독일 프로축구 아우크스부르크로부터 ‘홍정호를 올림픽 기간 중 보낼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달 말에 받았다”며 “구단 입장이 강경해 홍정호의 올림픽 출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 감독이 홍정호를 대신할 와일드카드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올림픽대표팀에서 연령과 상관없이 차출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 3명을 공격수 1명, 수비수 2명으로 계획했다. 핵심 전술로 채택한 빠른 역습을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경험을 가진 수비수 2명으로 뒷문을 든든하게 걸어 잠그고 빠른 역습으로 골을 넣어 승리하겠다는 것이 신 감독의 밑그림이었다. 와일드카드 공격수는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 한 명이면 충분했다.
신 감독은 와일드카드 수비수 2명으로 홍정호와 장현수(25·광저우 푸리)를 낙점했다. 두 선수 모두 수비형 미드필더부터 풀백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형 센터백이다. 하지만 홍정호의 합류 무산으로 신 감독의 머릿속에 있었던 수비진 균형은 깨졌다. 어느 곳이든 배치할 수 있는 수비수 한 명이 빠지면서 전술의 다양성도 줄었다.
와일드카드의 무게중심이 수비에서 공격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홍정호의 합류 무산 소식이 전해진 뒤 협회 안팎에서 공격수 석현준(25·FC포르투)의 합류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석현준은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 광장에서 열린 ‘나이키 머큐리엉 스피드룸 이벤트’에 참석해 “기회가 주어진다면 올림픽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며 “내 의지가 강해 구단도 들어주지 않을까 한다. 올림픽에 나가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구단에도 이익이 가니 허락해 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원톱으로서 볼 키핑, 몸싸움, 헤딩 경합 등을 업그레이드 시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와일드카드 차출이 유력한 손흥민, 장현수의 경우 소속팀으로부터 올림픽 출전 승인만 받았을 뿐 대표팀 합류시점을 놓고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장현수의 경우 중국 광저우 푸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합류시점을 제시했다”며 “홍정호의 차출이 사실상 무산되고 손흥민, 장현수의 합류시점 조율이 끝나지 않아 신 감독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한국은 리우올림픽 본선 조별리그에서 피지 독일 멕시코와 함께 C조에 편성됐다. 신 감독은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에 와일드카드 3명을 포함한 18명의 올림픽대표팀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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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 와일드카드 딜레마
입력 2016-06-08 21:14 수정 2016-06-08 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