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국회의장직을 양보하는 대신 국정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법제사법·운영위원장 등을 가져가는 등 ‘실리’를 챙겼다고 자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1당으로서 국회 운영의 키를 잡는 의장직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직을 얻었지만 당내에선 정무위 등 경제 상임위를 확보하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대 쟁점이던 의장직 문제가 해소되면서 여야 협상은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
與, 의장직 내주고 ‘알짜 상임위’ 챙겨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을 야당이 차지하게 된 만큼 법안 처리의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원장을 여당 몫으로 가져갔다. 청와대 비서실 등을 소관으로 하는 운영위에 대해선 협상 초반부터 사수 의지가 확고했다. 대여(對與) 공세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의미에서다.
새누리당은 기획재정위 정무위 안전행정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정보위 국방위 등 모두 8곳을 가져갔다. 4·13총선에 따른 의석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 한 자리(법사위)를 더민주에서 가져오고 세 자리(예결특위 외교통일위 윤리위)를 더민주에 내준 셈이다. 예결특위를 사수하지 못했지만 국회법의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 때문에 타격이 크지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8일 “과거 법사위와 미방위는 여야가 분리해 했었는데 두 상임위를 우리가 다 확보할 수 있게 돼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의장직 양보에 대해선 “어느 쪽이 먼저 내려놓지 않으면 출구를 마련할 수 없었다”고 했다. 청와대와 사전 조율했느냐는 질문엔 “청와대와 이 문제를 긴밀하게 협의한 바 없고 어떤 주문을 받은 바도 없다”고 했다.
다만 친박(친박근혜)계 일각에서는 “협상 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데 마지막 카드를 너무 쉽게 꺼내보였다”는 등 정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더민주, 의장직에다 예결특위 확보
더민주는 집권여당이 관례적으로 의장직을 맡아왔다는 여당의 주장을 여소야대라는 ‘총선 민의’로 반박하면서 의장직을 차지했다. 새누리당이 차지했던 예결특위도 가져갔다. 남북 문제와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등을 각각 파고들 수 있는 외통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보건복지위도 확보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실익이 크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무총리실과 금융위원회 등을 소관 부처로 하는 정무위와 기재위 등 ‘알짜 경제 상임위’를 끝내 차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방송·통신 분야를 담당해 내년 대선 국면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미방위를 확보하지 못한 것도 실책으로 지적됐다. 한 의원은 “당이 경제민주화로 내년 대선을 치르겠다면서 경제 관련 상임위를 다 내주면 무엇으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예결특위 확보는) 예산에 대한 더민주의 권한을 강화한 것”이라며 “예결특위는 전 부처의 장관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기재위나 정무위보다 예결특위 확보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원 구성이 더 중요했다”고도 했다.
국민의당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산업통상자원위원장 등 더민주가 차지했던 두 자리를 배정받았다. 내년 대선의 주요 이슈로 내세운 ‘교육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교문위와 ‘정책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필요한 산자위를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당내에선 “‘의장 자율투표’ 카드로 압박해 새누리당의 양보를 끌어낸 만큼 캐스팅보터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소속 의원 상당수가 호남의 농촌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농해수위를 포기한 데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김경택 최승욱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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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8 22:18 수정 2016-06-09 0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