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소통창구 마련… ‘협치’로 국정과제 완수 포석

입력 2016-06-09 04:47
박근혜 대통령이 8일 4·13총선 이후 두 번째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단행하는 등 인적 쇄신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야권은 물론 새누리당 일각에서 비판을 받았던 현기환 정무수석을 11개월 만에 교체한 것을 계기로 여소야대(與小野大) 체제로 출범한 20대 국회에서 야권과의 관계 정립은 물론 당청관계 조율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아프리카·프랑스 순방 귀국 이후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인사에서 핵심 포인트는 단연 청와대와 국회 간 소통창구 역할을 맡게 된 김재원 신임 정무수석이다. 박 대통령은 1년8개월 남은 임기 동안 대(對)국회 협조에 초점을 맞추면서 국정과제를 추진력 있게 밀고 갈 수 있는 인사를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은 지난해 초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에 임명돼 한동안 국회와 청와대 간 가교 역할을 해왔던 만큼 정무수석직도 무리 없이 수행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 분위기다. 김 수석은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꿰뚫는 인사로 꼽혀 정치권에서 일찌감치 정무수석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 박 대통령의 김 수석 임명은 앞으로 여당이 국정운영을 충실히 뒷받침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참모진은 김 수석의 합류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강석훈 경제수석과 함께 박 대통령의 확실한 친정(親政)체제를 갖추게 됐다. 김 수석은 국회와의 관계에 대해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여야나 주류, 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여러 분들을 찾아가 이해를 구하고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전략수석과 교육문화수석 교체 역시 임기 말 박 대통령의 국정과제 완수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기환 전 수석은 4·13총선 패배 직후부터 박 대통령에게 수차례 사의를 표명해 왔다. 지난달 15일 참모진 개편에서 교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20대 국회가 개원한 직후 물러나게 됐다. 반면 이른바 ‘진경준 파문’ 등으로 야권에서 책임론이 제기됐던 우병우 민정수석은 유임됐다.

김형석 통일부 차관과 이정섭 환경부 차관 임명으로 박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진 중용 스타일도 다시 한번 드러났다. 김 차관은 직전까지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냈고, 이 차관 역시 초대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 출신이다. 특히 김 차관 임명으로 통일부는 장·차관 모두 박근혜정부 통일비서관 출신 인사가 맡게 됐다. 이는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 등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만큼 향후 대북 정책에서 박 대통령 특유의 ‘원칙론’을 계속 밀고 간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후속 개각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국면 전환용 개각은 없다”고 했지만 이는 총선 패패 책임에 따른 개각은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만큼 일각에선 20대 국회가 정상화되는 대로 현 정부 장관 중 원년 멤버를 포함한 일부 부처 장관이 교체될 가능성은 여전히 많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청와대 수석 3명과 차관 3명 인사 중 김재원 김용승 수석은 TK(대구·경북) 출신이고 이준원 이정섭 차관은 충남 출신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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