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빅3 조선사는 10조원의 돈을 자체 노력으로 만든다. 앞으로 2∼3년간 신규 수주가 절반 이하로 급감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이정도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사람 자르고 재산 팔아 10조 짜낸다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 등 3개 금융사와 자회사 등을 매각하고 일부 사업을 철수하는 한편 3개 독(Dock) 가동 중단과 인력 감축으로 3조5000억원을 마련한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 비상대책을 가동, 3조6000억원의 유동성을 추가로 마련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1조8500억원 자구계획에 이어 자회사 전부 매각, 방위산업 관련 분야의 자회사 분할 후 투자유치 등으로 3조5000억원을 더 만든다.
삼성중공업은 거제도 삼성호텔 등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 비핵심 자산을 팔고 인력을 줄여 1조5000억원을 확보한다. 유상증자 대책도 포함돼 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대주주의 자본 참여가 거론된다. 임 위원장은 “대주주의 증자 참여는 삼성그룹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증자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게 하기 위해 삼성중공업이 고민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성동조선 대선조선 SPP조선 등 중소 조선사들도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 없이 자력으로 생존 방안을 찾는다. 실패하면 STX조선처럼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경영진 바꾸고 중장기 경쟁력 확보
해운업계의 현대상선은 사채권자 채무조정에 성공했고 용선료 협상도 마무리 단계다. 글로벌 해운동맹 편입은 이달 중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진해운은 당장 용선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돈이 마른 상태다. 정부는 “소유주가 있는 만큼 자체적인 노력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1000억원이 넘는 용선료 연체금 등을 대주주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먼저 해결하라는 것이다.
양대 해운사에 대주주 감자와 채권단의 출자금 전환 등이 이뤄지면 산업은행이 사실상 대주주가 된다. 정부는 “해운업계를 잘 아는 전문가를 전문경영인과 재무담당 임원으로 선임해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고 정부는 천명했다. 두 해운사의 합병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12억 달러 규모로 조성한 선박펀드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발주, 중장기적으로 노후 선박을 정리하는 등 선대를 개편해 운임 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외 터미널 및 선사·화주와 장기운송 계약을 추진해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마련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비정상적 노동구조 놔두고…”
인력 구조조정 대상인 노동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조선업계 노동자 증언대회에서는 조선업계에서도 가장 열악한 상황에 있는 물량팀 소속부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소속, STX조선 정규직 노동자 등까지 마이크를 잡고 “조선업 노동구조는 오랫동안 비정상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민국 조선소는 비정상적 노동구조로는 세계 정상이었다.”(거제·고성·통영지역 물량팀 소속 최모씨)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인 신모씨는 “조선업계엔 지금 ‘함께 살자’는 것이 없다”면서 “지난해부터 원청은 하청업체의 연쇄 폐업을 유도해 ‘먹튀’가 성행했고 임금을 못 받은 노동자가 속출했다”고 말했다.
조선업종 노조연대는 “조선업을 망친 것은 경영진과 정부, 금융권”이라며 “진정한 구조조정은 노동자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망친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조민영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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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8 18:33 수정 2016-06-09 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