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조선소는 비정상적 노동구조로는 세계 정상이었다.”(거제·고성·통영지역 물량팀 소속 최모씨)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 방침과 계획안을 발표한 8일 조선업종 노동자들이 국회에 모였다. 양대 노총과 조선업종 노조연대가 공동 주최한 국회 증언대회에서 ‘위기의 조선업, 벼랑 끝 조선 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서였다. 조선업계에서도 가장 열악한 상황에 있는 물량팀 소속부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소속, STX조선 정규직 노동자 등까지 마이크를 잡은 이들은 하나같이 “조선업 노동구조는 오랫동안 비정상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업이 세계 정상에 올라 한국 경제를 이끄는 존재가 됐지만, 물량 맞추기와 비용 낮추기를 위해 양산된 사내하청, 그것으로도 모자라 생겨난 물량팀 등 다단계 노동구조로 굴러왔다. 노조가 탄탄하고 근로계약이 분명한 정규직이 아닌 이들이 많아지다 보니 근로시간이나 시간외수당 등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는 허다했다. 증언대에 오른 한 물량팀 노동자는 “조선소에서는 사업주나 물량팀이 노동자에게서 세금을 떼는 비정상이 정상처럼 벌어진다”고 토로했다.
사내하청과 물량팀 노동자의 고용 불안은 조선업 구조조정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인 신모씨는 “지금 조선업에는 ‘함께 살자’는 것이 없다”면서 “이미 지난해부터 원청은 하청업체의 연쇄 폐업을 유도해 ‘먹튀’가 성행했고 임금을 못 받은 노동자가 속출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빠진 구조조정 방안에 반대했다. 조선업종 노조연대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업을 망친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경영진과 정부, 금융”이라며 “진정한 구조조정은 노동자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망친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양대 노총은 이어 9일 3개 야당의 우상호, 박지원, 노회찬 원내대표와 공동으로 위기의 조선업 대토론회를 개최, 조선업 구조조정을 둘러싼 주요 쟁점과 해법을 논의하고 국회 역할을 모색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관련기사 보기]
☞
☞
☞
☞
☞
“조선업 노동구조, 세계서 가장 비정상적” 국회 증언대회서 성토
입력 2016-06-08 18:23 수정 2016-06-08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