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예장통합, 2% 아쉬웠던 ‘65년 만의 사과’

입력 2016-06-08 21:30
예장통합 채영남 총회장(왼쪽)이 지난 2일 경남 창원 창신대에서 열린 ‘제10회 호·영남 한마음대회’에서 예장고신 측 관계자들을 껴안고 있다. 포항성시화운동본부 제공

1938년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의 전신인 조선야소교장로회(조선장로회)가 신사참배를 결의했습니다. 조선장로회는 처음 세워질 당시 ‘교회만큼은 일본에 예속돼선 안 된다’는 신념으로 명칭 첫머리에 ‘조선’이란 글자를 넣었습니다. 이 신념이 무너진 것이죠.

심지어 신사참배를 거부한 목회자들을 1951년 축출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예장고신 교단은 ‘쫓겨난 자’들이 만든 셈입니다. 양 교단의 불편한 관계가 시작된 지 65년 만에 한국 장로교의 장자교단이라 할 수 있는 예장통합이 예장고신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지난 2일 경남 창원 창신대에서 열린 ‘제10회 호·영남 한마음대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예장통합은 신사참배의 흑역사(黑歷史)를 반성하고 있습니다. 채영남 총회장은 이날 설교에서 “한국교회는 일제 탄압에 견디지 못하고 신사참배를 결의해 조선장로교를 일본 천황에게 바치고 말았던 어두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오히려 잘못한 사람들이 옳은 길을 가는 이들을 탄압하고 불명예를 안기는 일들이 일어났던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예장통합은 제100회 총회의 구호인 ‘화해’를 실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번에 용서를 구한 것도 한국교회의 화해를 위해 중요한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에 교단 간 논의가 없었고 방법도 미숙해 빛이 바랬습니다. 일단 이 자리엔 예장고신을 대표하는 총회장은커녕 부총회장 사무총장 등 임원단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날 채 총회장의 사과를 받은 건 예장고신의 전 총회장이었던 윤희구 목사였습니다. 취지는 좋았지만 절차와 방법이 적절치 못했습니다.

신상현 예장고신 총회장은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채 총회장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공식적인 문서가 온 것도 아니고 임원회에서 논의한 것도 아니다”라며 “절차를 갖춰 논의를 한 뒤 이뤄졌다면 한국교회의 화해와 결속이 더 확산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쉬움은 있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이번 사과가 일회성 이벤트가 되지 않기 위해 교단 차원의 공론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덧붙여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미리미리 자신을 돌아보는 것 역시 소홀해선 안 될 것입니다. 78년 전 조선장로회가 신사참배를 결의했던 것처럼 지금의 한국교회 역시 수많은 유혹에 노출돼 있습니다. 전화를 끊기 전 신 총회장이 던진 메시지는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한국교회 역사에 다시는 신사참배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배금주의(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태도)와 같은 이 시대의 우상숭배를 막기 위해 결의하는 게 더 시급합니다.”

이용상 최기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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