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어떤 천장도 없다는 걸 보여주자”… 힐러리 캘리포니아 경선 승리

입력 2016-06-09 04:40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경선 승리를 공식 선언하기 위해 뉴욕에서 가진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자 양팔을 벌려 답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실시된 6곳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주요 4곳에서 승리한 뒤 자신이 당의 대선후보가 됐음을 선언했다. AP뉴시스

“우리는 드디어 역사의 이정표에 도달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경선승리를 선언했다. 클린턴은 전국에서 대의원이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두 자릿수 이상의 큰 차이로 누르고 이겼다. 이날 경선을 치른 6곳 중 노스다코타와 몬태나주를 제외한 4곳에서 승리해 샌더스를 압도했다.

샌더스는 노스다코타에서 이겼지만 캘리포니아 패배에 실망한 듯 캠프 인력을 절반으로 줄였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슈퍼대의원 표를 확인할 때까지 경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오는 14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마지막 경선에도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에게 전화를 걸어 승리를 축하했다. 샌더스에게도 전화해 선전을 평가하고 위로했다. 오바마는 9일 샌더스를 백악관에서 만나기로 해 회동 이후 샌더스의 입장이 바뀔지 주목된다.

흰색 정장을 입고 연단에 오른 클린턴은 “미국 역사상 여성이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가 된 것은 처음”이라며 “오늘의 승리는 나의 승리가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투쟁하고 희생한 모든 여성과 남성의 승리”라고 밝혔다. 클린턴은 “여전히 여성들, 우리 모두가 깨뜨려야 할 천장들이 있다”며 “어느 누구도 장벽이 미국을 길들일 수 있다고 말하게 놔두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은 어떤 천장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린턴은 아울러 “샌더스가 있었기에 민주당 경선이 더 의미가 있었다”면서 샌더스 지지자에게 단합을 호소했다.

클린턴은 본선에서 맞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을 후퇴하게 만드는 불량배”라며 “멕시코계 판사를 비난하고, 장애가 있는 기자를 조롱했으며 여성을 돼지라고 불렀다”고 비난했다.

클린턴은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무소속 샌더스의 돌풍에 여러 차례 고전했다. 당초 조기에 경선을 끝낼 것이라던 예상을 뒤엎고 막판까지 몰려 겨우 대선후보 지명요건을 채웠다. 장관 재직 시절 이메일 스캔들에 발목이 묶여 지지세가 주춤하는 사이에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들고 나온 샌더스의 진정성은 젊은 유권자의 호감을 샀다.

그러나 8년 만에 경선 재수에 나선 클린턴은 당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내 준 격차 이상으로 승리를 거두고 후보를 거머쥐는 저력을 발휘했다. 2008년 6월 3일 오바마가 민주당 경선 승리를 선언할 당시 클린턴과의 격차는 대의원 200명(일반 100명, 슈퍼 100명)이었다. 그러나 6일 기준 클린턴과 샌더스의 격차는 대의원 800명(일반 300명, 슈퍼 500명)이다. 다만 클린턴에게는 본선 승리를 위해 샌더스 지지자를 끌어안아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막말의 대가 트럼프와 맞붙을 본선도 클린턴에게는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NBC방송은 클린턴과 트럼프의 가상 맞대결에서 48%대 44%로 클린턴이 4%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제3당 후보를 포함하면 트럼프가 클린턴을 근소하게 앞섰다. 게리 존슨 자유당 대선후보와 4년 전 녹색당 후보로 나섰던 질 스타인을 넣으면 트럼프가 40%로 클린턴(39%)을 1% 포인트 앞섰다. 존슨과 스타인은 각각 9%, 4%의 지지를 얻었다. NBC는 “제3당 후보가 출마하면 트럼프보다 클린턴이 불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