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혈세 투입 최소화하고 강력히 구조조정해야

입력 2016-06-08 19:32
정부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12조원을 지원하고 두 국책은행에 쇄신안을 요구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국은행 대출금 10조원, 기업은행의 자산관리공사 후순위 대출 1조원 등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설립하기로 했다. 펀드는 산은과 수은의 조건부자본증권을 매입해 두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또 수은이 자기자본비율 10.5%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유한 공기업 주식 1조원을 현물출자하기로 했다. 산은과 수은의 임원 연봉은 올해와 내년 5%씩 삭감하고 올해 직원 임금은 동결하기로 했다. 산은과 수은의 인력은 2021년까지 각각 10%, 5% 줄이기로 했다. 정부는 8일 이런 내용의 ‘산업·기업 구조조정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를 차관급 협의체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관계장관회의로 뒤늦게 격상시켰다.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한데도 격이 떨어지는 차관급 협의체를 운영한 정부의 안이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국책은행은 국민의 혈세 12조원을 허투루 사용하면 안 된다. 12조원을 전부 쓰겠다는 생각은 아예 접고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기업을 부실하게 관리한 책임이 큰 산은과 수은의 쇄신안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혈세를 지원 받아야 운영이 가능한 산은과 수은은 은행 간판을 내리겠다는 각오로 자체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산은의 비금융 출자회사 매각에만 매달리지 말고 이명박정부 때 추진했던 산은의 민영화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실 은행인데도 임직원이 고액 연봉을 받는 산은과 수은을 그냥 둘 수는 없다. 부실하고 방만한 경영에 대한 책임소재도 확실히 가려야 한다.

정상 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보증 기피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SK그룹이 현대중공업에 4억 달러(약 470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 건조를 발주했지만 은행들이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은행이 RG를 발급하지 않으면 통상 발주사는 선수금을 떼일 것을 우려해 선박 건조를 취소한다. 채권단은 옥석을 가린 뒤 정상 기업에 대해서는 RG를 발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멀쩡한 기업도 살아남기 힘들다. 은행과 조선업체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조선업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구조조정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살릴 기업은 살리고 부실기업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늦추면 정상 기업도 도매금으로 불이익을 당한다. 정상 기업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부실기업으로 매도되는 것을 방치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