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시 칭슈구 법원 앞. 셔츠를 풀어헤치고 오른쪽 바지는 완전히 뜯겨나간 한 남자가 서 있습니다. 속옷도 훤히 보입니다. 사진만 보면 일반 폭력 피해자이겠거니 하지만 다름 아닌 변호사 우량수입니다(사진).
우 변호사는 사건을 접수하러 법원에 갔습니다. 법원이 접수를 거부하자 민원실로 갔고 관리들과 다투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로 녹음하고 촬영했습니다. 법원 경찰들이 달려와 휴대전화를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거절하자 뺏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판사 세 명과 법원 관리 한 명이 폭행을 지켜봤습니다. 우 변호사는 가슴에 멍이 들었고, 손도 여러 군데 다쳤습니다. 휴대전화는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습니다.
잊혀질 수도 있었던 사건은 사진이 온라인에 확산되고 차이신 등 중국 언론에 보도되면서 공분을 샀습니다. 난닝의 변호사 단체는 조사에 들어갔고, 전국 변호사 약 1000명이 지난 5일 규탄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경찰의 폭행은 변호사의 권리를 심각하게 손상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의 사법체계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어 “변호사들에 대한 공격 행위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난닝 법원 당국에 폭행 장면을 담은 CCTV 영상을 공개할 것도 요구했습니다.
변호사 단체에 따르면 중국에서도 영장 없이 휴대전화를 빼앗아 검사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재판 중인 법정을 제외한 법원 어디서나 녹음이 가능합니다. 우 변호사가 녹음하고 촬영한 곳은 다름 아닌 민원실이었습니다.
난닝시 당국은 부랴부랴 7일 밤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사과는 했지만 “허가받지 않은 휴대전화 녹음과 촬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지 의도적인 구타는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하지만 변호사들의 성명서 구절은 씁쓸함으로 남습니다. “전문적인 변호사마저 이런 야만적인 대우를 당하는 상황에서 일반인이 어떤 대우를 받을 것인지 상상해 보라.”
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법보다 주먹이 먼저 나간 중국 법원
입력 2016-06-08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