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한 차례의 돌팔매질로 골리앗을 쓰러뜨렸다. 조지아도 마찬가지였다. 단 한 번의 유효슈팅으로 스페인 골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골문을 지켜 이변을 일으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7위 조지아는 8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콜리세움 알폰소 페레스에서 열린 스페인(6위)과의 평가전에서 1대 0으로 이겼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선수권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스페인은 충격에 휩싸였다. 조지아는 이 경기를 통해 약체가 강호를 어떻게 꺾을 수 있는지 잘 보여줬다. 지난 1일 스페인에 1대 6으로 참패한 ‘슈틸리케호’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4-1-4-1 전술을 선택했다. 최전방 원톱 공격수에 아두리스(아틀레틱 빌바오)를 출격시켰다. 놀리토(셀타 비고)와 바스케스(레알 마드리드)를 측면에, 알칸타라(바이에른 뮌헨)와 파브레가스(첼시)를 중앙에 배치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부스케츠(바르셀로나)를 선택했다. 포백 수비라인엔 알바(바르셀로나) 피케(바르셀로나), 라모스(레알 마드리드), 후안프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을 내보냈다. 유로 2016 본선에 나설 선수들로 선발 라인업을 짠 것이다.
블라디미르 바이스 감독이 이끄는 조지아는 4-2-3-1 전술로 스페인에 맞섰다.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을 좁힌 밀집수비로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막았다. 조지아는 전반 40분 역습 기회를 살려 결승골을 뽑아냈다. 스페인의 패스미스를 콰자이시빌리가 가로채 지가우리에게 패스했고, 지가우리의 낮은 크로스를 받은 오크리아시빌리가 골문 정면에서 가벼운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조지아는 골을 넣은 후 필드 플레이어 전원이 내려서며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펼쳐 승리를 지켜냈다. 스페인은 조지아를 상대로 유효슈팅을 4차례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조지아의 플레이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수비축구로 선전한 이란과 유사했다. 당시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골키퍼를 제외한 10명 전원이 수비에 치중한 극단적인 ‘10백’ 전술로 강호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선전하며 각각 0대 0, 0대 1을 기록했다.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 아시아 약체들과는 차원이 다른 팀들과 상대해야 한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사용했던 전술을 그대로 가져가면 안 된다는 뜻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인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경기력의 99%는 선수들에 의해 좌우된다. 감독의 능력은 1%에 불과하다. 그러나 감독의 1%가 없다면 절대로 100%가 될 수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되새겨 봐야 할 명언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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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8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