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정무수석에 김재원 전 새누리당 의원, 미래전략수석에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교육문화수석에 김용승 가톨릭대 부총장을 임명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비서실장을 비롯해 경제수석과 정책조정수석을 바꿨다. 이로써 4·13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지 56일 만에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정무수석 교체는 늦은 감이 있다. 여당과 청와대 간 소통과 협력이 주 임무인 정무수석은 총선 패배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현기환 전임 수석은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새 지도부와 불협화음을 내 왔다. 고리에는 친박계 입장을 정 원내대표가 수용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김재원 수석은 정 원내대표는 물론 이제 막 출범한 혁신비상대책위원회와 보조를 맞춰 총선 민심을 국정에 반영해야 하는데, 과연 그 일을 제대로 해낼지 우려스럽다.
김 수석은 자타가 인정하는 친박 핵심이다. 지난해 10월까지 대통령 정무특보도 지냈다. 그가 발탁되자마자 박 대통령이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인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총선 때 대통령의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 언급 이후 새누리당에서 막장 공천 활극이 펼쳐졌지만 전임 정무수석이 완충 역할을 했다는 얘길 들어보지 못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김 수석이 여당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 대통령의 뜻만 쫓거나 과장·왜곡할 경우에는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과의 소통은 거의 지상과제 수준이다. 거대 야당들의 협조를 받기 위해선 김 수석 스스로 친박이라는 옷을 벗어야 한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드는 박 대통령이 TK(대구·경북) 출신 친박 정무수석을 기용함으로써 야당과의 협치보다 여권 내 팀플레이에 무게를 실었다는 일각의 관측이 맞지 않길 바란다.
[사설] 친박 靑 정무수석으로 여야와 소통되겠나
입력 2016-06-08 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