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8년 전인 2008년 6월 7일, 미국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대선 경선후보가 워싱턴DC의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지지자들을 앞에 놓고 연설을 했다. “우리는 비록 이번에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뜨리지 못했지만 그 천장에 금을 낼 수 있었다. 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은 이전 같지 않을 것이고,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줄 것이다. 다음에는 이 길을 더 쉽게 걸을 수 있을 것을 확신한다.” 나흘 전 대의원 ‘매직넘버’를 확보한 버락 오바마의 승리를 인정하고 지지하겠다는 연설이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역할에 대해 관심이 꽤 많다. 상원의원과 국무장관을 지내는 동안 유리천장이라는 단어를 종종 사용했다. 국무장관으로서 이화여대에서 강연할 때도 그랬다. 1969년 명문 웰즐리 여대 졸업생 대표로서의 연설에서는 “아직은 아니지만 우리(여성)가 지도력과 힘을 발휘할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클린턴이 역사적인 유리천장 깨뜨리기 직전까지 왔다. 내기를 하라면 ‘클린턴이 이긴다’에 걸겠지만, 선거 결과는 역시 까봐야 안다.
클린턴이 유리천장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몇 개 있다. 훨씬 많은 비호감 유권자들과 기존 정치권에 분노하고 있는 젊은층을 끌어들여야 한다. 지난달 몇몇 조사에서 비호감은 54∼57%였고, 호감도는 40%대에 머물렀다. 비호감의 저변에는 예일대 로스쿨 출신인 그가 미국 상류층에서도 극소수의 특권층에 속하고, 월가에 포획당해 있으며, 성공 가도만 달려온 마키아벨리스트적 이미지가 있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은 오히려 버니 샌더스에게 더 마음이 가 있다.
클린턴은 이런 말도 했다. “난제에 부닥쳤을 때 먼저 자신의 문제를 찾으라. 주변 사람이나 환경을 탓해서 고치기보다 자신을 바꾸기가 훨씬 쉽다.” 이상 열기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를 이기려면 클린턴 자신이 변화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 과연 그렇게 해서 유리천장을 깨뜨리고 마담 프레지던트가 될 것인가.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한마당-김명호] ‘마담 프레지던트’
입력 2016-06-08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