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책-‘예언자들’] 나태해질 때 다시 펴보는 책

입력 2016-06-08 21:20

서울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의 설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세상을 살펴보고,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가 가야할 길을 묻는다. 억압당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해방시킨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한 답을 풀어낸다. 인문학과 신학이 이렇게 만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평생 책을 사 모으고 읽는 것 외에 별다른 취미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렇게 하나둘 사 모은 책이 1만권이다. 그는 “좋은 책의 첫 장을 연다는 것은 새로운 우주의 신비 앞에 서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목회자로 살아오면서, 자신의 신앙 여정을 함께한 책을 묻자 그는 20세기 유대 신학자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1907∼1972)의 대표작 ‘예언자들(삼인)’을 꼽았다.

김 목사는 “이 책은 성서신학에서 대단히 중요한 지점을 짚고 있는 책”이라며 “제가 정신을 차려야겠다 싶을 때마다 늘 이 책을 들썩들썩 해 본다”고 했다. 그는 “일상적인 삶 속에서 아픔에 너무 둔감해질 때, ‘세상이 다 그렇고 그렇지, 어쩔 수 없지’ 그런 나태한 생각에 사로잡힐 때 이 책을 읽으면 정신이 화들짝 난다”고 했다.

이 책은 1962년 헤셸이 구약의 예언자들을 이해하고자 그들의 말뿐 아니라 삶과 행동까지 깊이 있게 분석한 책이다.

김 목사는 “헤셸은 이 책에서 예언자를 하나님의 눈으로 역사를 주석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며 “예언자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 논리로 작동되고 있는지, 어떻게 하나님의 마음에 어긋나는 것인지 하나님의 눈으로 보고 역사를 읽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또한 그것을 당연히 배워야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지금 너무 많은 목사들이 역사 주석은 안 하고 성경 주석만 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1987년 종로서적에서 상·하권으로 출간됐다 절판된 것을 도서출판 삼인에서 2004년 합본 출판했다. 한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헤셸이 자신의 생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 한 권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자신이 쓴 이 책을 꼽았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헤셸은 “학문은 조용한 서재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시끄러운 장터에서 완성돼야 한다는 진리를 그 책이 내게 가르쳐주었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