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역사학을 전공하고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단의 전통에서 신앙생활을 한 저자는 성실한 자료 수집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교회 역사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교단 신문의 보도와 만평, 공식문건 등 풍부한 자료로 한국교회 주류의 행태를 생생하게 되살려 냈다. 역사적 과오가 교회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책임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이 책 72∼73쪽에는 반민특위에 검거된 교회 지도자들의 죄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223∼240쪽에선 미국 소저너스 1977년 4월호에 실린 김준곤 목사와 박정희 정권의 관계에 대한 기사와 공문서를 보여준다. 253쪽엔 교회 건축을 위해 한쪽 눈을 바친 소녀가 미담으로 소개된 교회연합신보 기사 등을 발굴해 제시했다. 이 밖에도 지금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신앙의 이름으로 공공연하게 저질러졌던 과거를 지면에 그대로 되살려 독자들이 당황스러울 정도다. 주류 교단이나 목회자뿐만 아니라 대학생선교회, 컴패션, 이랜드 등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기독교 관련 조직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또 하나의 한국교회 고발 서적으로 읽는 데 그친다면 이 책의 가치를 절반밖에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저자는 드러난 문제점을 근본주의 신학의 한계라는 식으로 환원해 설명하거나 자유주의·사회주의 등 이념적 잣대로 예단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 교회의 친일 행위를 상세하게 보여주면서도 이를 신앙의 변절이라 비판하기보다, 식민지 시대의 폭력과 권력을 경험하면서 19세기 말 초기한국교회가 보여줬던 평화 공동체의 가능성을 잃었다는 점을 애석해 한다.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지지한 신앙의 논리가 6·25전쟁이나 베트남전쟁, 최근의 이라크전쟁을 보는 시선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잣대로 과거의 역사를 재단하는 저자의 시선이 때론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도 있다. 인권과 평화에 대한 인류의 인식이 20세기에 극적인 변화를 겪었기에 더욱 그렇다. 인종 차별이나 독재 찬양이 신앙의 이름으로 정당화된 역사는 한국이나 기독교 안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라 세계 역사 어느 대목에서든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다시 역사를 읽으며 반성해야 하는 이유는, 혹 지금도 인간의 욕심을 신앙인 줄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만 복음에 더 가까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복음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한 한국교회의 과오 반성… ‘한국 기독교 흑역사’
입력 2016-06-08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