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투수 심수창(35). 프로야구에선 ‘신이 심수창에게 얼굴을 주고 승운(勝運)은 주지 않았다’는 말이 나돌았다. 출중한 외모를 가졌지만 유독 승운이 없었다. 때문에 이 팀 저 팀을 떠도는 ‘저니맨’이 됐다. 그야말로 ‘패배의 아이콘’이었다. 그런데 달라졌다. 거듭 승리를 따내며 꼴찌에서 허덕이던 한화도 완벽하게 반등에 성공했다. 최근 10경기 9승 1패를 질주했다. 패배의 아이콘이었던 심수창은 이제 ‘승리 요정’이 돼 반격의 선봉에 서 있다.
심수창은 한양대 시절 아마추어에서 손꼽히는 에이스였다. LG 트윈스에 입단해서도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고, 2006년 10승(9패)을 거두며 대형 선수가 되는 듯 했다. 특히 배우 송승헌을 닮은 잘생긴 외모까지 더해져 한 때 LG의 최고 스타로 군림했다.
그런데 거짓말같이 성장이 멈추면서 끝 모를 추락을 거듭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18연패를 당했다. 한국 프로야구 최다 연패 불명예 기록이다. 유독 그가 던지는 날은 타선 지원이 없었다. 잘 던지다가도 교체 타이밍이 빨리 이뤄져 승리를 날린 날도 많았다.
그 사이 심수창은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됐다. 2011년 8월 9일 당시 넥센 소속이던 심수창은 역대 투수 개인 최다 연패인 18연패를 깨고 승리를 챙긴 뒤 인터뷰에 나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승리투수가 되는 게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불운은 이어졌다. 이후에도 1승이 어려웠다. 결국 2군에 있는 날이 많아졌고 그렇게 잊혀진 선수가 됐다. 넥센은 2013년 그를 보호선수 40인 명단에서 제외했고, 스승인 김시진 감독이 있던 롯데 자이언츠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그를 영입했다. 롯데에서도 불운은 계속됐다. 첫 해인 2014년에도 계속 2군에 머물렀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개명까지 했다. 한글 표기는 그대로 두고 한자를 밝을 창(彰)에서 창성할 창(昌)으로 바꿨다. 심기일전한 그는 지난해 프로에서 줄곧 오버핸드로 공을 던지던 투구 폼을 스리쿼터로 바꿨다. 정확히는 오버핸드와 스리쿼터를 오가는 투구 동작을 열심히 갈고 닦았다. 좋은 투구 내용으로 좀처럼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패배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는 계속 따라다녔다. 실제 지난해 5월 10일에는 선발로 나와 8-2로 앞선 6회 마운드에서 내려왔지만 거짓말같이 팀이 동점을 허용해 승리를 날렸다. 사흘 후인 13일에야 무려 1355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그래도 심수창은 지난해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4승 6패 5세이브의 성적을 거둬 부활을 알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심수창은 자유계약선수(FA)가 돼 한화와 4년 13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한화에서 완벽히 부활했다. 시즌 초에는 좋지 못했다. 2월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독감에 걸려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당연히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팬들로부터 “왜 심수창과 계약했느냐”는 원성까지 들었다.
하지만 완전히 몸이 만들어진 5월부터 한화 마운드를 든든히 받치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 3승 2세이브 평균자책점 1.75라는 성적을 거뒀다. 심수창이 거둔 3승은 한화 투수 중 가장 많은 승 수다. 특히 심수창은 지난 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2이닝 무실점 구원승을 거뒀다. 이튿날 삼성전에서도 3이닝 1실점 세이브로 시리즈 싹쓸이를 견인했다. 7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5-3 간발의 차로 앞선 9회초 무사 1루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지켰다. 그가 나온 날 모두 팀이 이겨 ‘승리 요정’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그런 사이 꼴찌를 헤매던 한화도 완벽히 반등에 성공했다. 최근 10경기에서 5연승을 포함해 9승 1패를 거두며 꼴찌 탈출을 넘어 가을야구 진출에 대한 희망을 키우기 시작했다. 9위 kt 위즈와의 승차는 이제 단 한 경기다. 4위 LG와의 승차도 4.5게임으로 줄어들었다. 심수창은 “그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면서 “아직 갈 길이 멀다. 만족하지 않고 계속 열심히 준비해서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대전=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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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