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지표 쇼크에 ‘금리 인상’ 또 물건너가

입력 2016-06-08 05:01

미국의 갑작스러운 고용 위축이 세계경제를 깜짝 놀라게 했다. 문제는 ‘깜놀’에 그치지 않고 경기 위축 상태가 ‘골병’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 있다. 미국뿐 아니라 선진국 경제 전반이 당분간 위축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7일 원·달러 환율이 20.9원이나 떨어지고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것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미 금리 인상 전망이 부각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달러화 가치 상승)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리면 대내외 금리차에 따라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고용지표가 ‘쇼크’ 수준으로 악화되고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발언이 신중해지면서 이달 금리 인상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7월 인상도 쉽지 않고 9월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 금리 인상이 늦춰진다면 한국은행으로선 금리를 내리는 데 부담이 줄어든다.

옐런 의장은 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에서 한 강연에서 금리 인상에 대해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전 연설(지난달 27일)에선 “수개월 내 인상이 적절하다”고 구체적으로 밝혔지만, 이번에는 시점을 언급하지 않는 등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또 5월 고용지표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고용 동향은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지표다. 이것이 악화됨에 따라 옐런 의장의 발언 수위가 달라졌고, 이달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 미국의 5월 비농업 신규 취업자 수는 3만8000명으로 시장 예상치(16만명)를 크게 밑돌았다. 6년여 만에 최저치다.

심각한 것은 미국 경제가 당분간 성장세로 반등하기는 힘들다는 데 있다. 세계은행은 7일(현지시간) 발표한 ‘2016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투자 부진, 달러 강세, 신흥국 수요 약화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1월(2.7%)보다 0.8% 포인트나 낮춘 1.9%로 수정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유인이 작아진 탓이다. KB투자증권은 “미 금리 인상은 여름보다는 가을 이후로 예상된다”며 “6월 고용지표까지 부진하게 나온다면 9월 이후 한 차례 인상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경제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금융 불안 요소가 늘면서 전 세계 경제의 성장세도 경직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세계은행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보다 0.5% 포인트 낮춘 건 이 때문이다.

미 금리 인상 우려 완화와 세계경제 위축 우려로 한은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은이 당장 이달보다는 다음 달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는 관측이 더 많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79.4%가 이달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조사 때 85.7%였던 것에 비하면 줄어든 것이지만 여전히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천지우 기자, 세종=윤성민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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