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법’을 ‘밥’ 먹듯 어기는 그들… 20대 국회도 院구성 진통 ‘개점휴업’

입력 2016-06-08 04:30
여야가 국회 원(院) 구성 법정 시한인 7일까지 합의를 하지 못하면서 국회 본회의에 있는 국회의장 좌석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텅 비어 있다. 여야가 국회의장의 벽을 넘지 못함에 따라 상임위 구성을 통한 입법활동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병주 기자

제20대 국회가 법정 시한인 7일 국회의장을 선출하지 못하면서 또다시 ‘유령 국회’로 출범했다. 1994년 국회법 개정 이후 22년, 15대 국회 기준으로 20년째 이어져온 ‘불명예 전통’이다.

여야 3당은 이날도 원 구성 방안을 두고 설전만 주고받았을 뿐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국회의장을 먼저 선출한 뒤 상임위원회를 배분하자는 국민의당 제안을 더불어민주당은 수용했지만 새누리당은 ‘야합’이라며 거부했다.

‘위법’ 국회는 산적한 현안과 입법활동을 모두 무위로 돌리며 국회 기능을 ‘올스톱’시켰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대책 마련과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재의 요구)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 재의 문제, 세월호특별법 개정 등 현안에 대한 논의는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여야 의원들은 지난달 30일 개원 이후 경쟁적으로 ‘1호 법안’을 발의하는 등 입법 활동에 의욕적이지만 정작 이들 법안을 심의할 상임위는 구성될 기미조차 없다. 대한민국 헌정회는 성명서를 내고 “국회법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우리 국회를 볼 때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민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수준 낮은 논쟁만 벌이는 ‘입법부’를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 구성을 여야 합의에만 맡긴 모호한 국회법 조항이 원 구성 진통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이 국회법을 준수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준법의식이 결여됐다는 점을 방증한다”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뿐 아니라 법 위반에 대해서는 강제력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도 “입법기관이자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자신이 만든 법은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21대 국회에서 같은 논란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원 구성 관련 규정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는 “가이드라인 제정 필요성은 있지만 스스로 발목 잡힐 수 있기 때문에 여야 합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총선 결과에 따라 다수당이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여야가 적극적으로 명문화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미다. 또 다수당에 유리한 방식을 명문화할 경우 제3당 및 소수정당이 차별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결국 각 당이 협상력을 발휘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지만 습관적 ‘밥그릇싸움’에만 매몰돼 있어 ‘갈 길이 멀다’는 자조만 나오고 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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