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놀이터를 말하기 시작하다… 한국서 불붙은 놀이터 이야기

입력 2016-06-09 19:52
영국 런던 퀸엘리자베스 올림픽공원의 북쪽 놀이터. 아래 왼쪽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뵈닝겐플라인 광장에 설치된 놀이터, 오른쪽은 일본 하코네 야외 박물관에 있는 그물 놀이기구. 소나무 제공

‘놀이터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주 사소하게 취급되던 놀이터 이야기에 한국 사회가 귀를 열기 시작한 것이다.

전남 순천시에 한 달 전 개장한 국내 첫 혁신형 놀이터인 ‘기적의 놀이터’에 연일 견학 인파가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과 교육기관 종사자들의 방문이 특히 잦다고 한다. 지난달 26일에는 어린이 놀이터를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이 처음으로 열렸다. 독일, 미국, 일본에서 온 놀이터 운동가들의 얘기를 듣기 위해 600여명이 몰렸다. 학술행사라는 성격에 비춰 이례적인 열기였다. 놀이와 놀이터를 주제로 한 책 출간도 늘고 있다.

소나무는 놀이·놀이터 관련 책들을 꾸준히 내는 거의 유일한 출판사다. 2년 전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를 시작으로 지난해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 ‘놀이터 생각’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우리 이렇게 놀아요’ 등을 출간했다. 올 들어서도 ‘놀이의 과학’ ‘귄터가 꿈꾸는 놀이터 드로잉’을 선보였고, 아이를 데리고 매일 놀이터에 가서 놀았던 아빠의 기록 ‘놀이터 말뚝이의 일기’(가제)를 연내 출간할 예정이다.

소나무 출판사의 강주한 편집장은 “아이들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기적의 놀이터’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조금씩 놀이터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게 반갑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놀이·놀이터 이야기를 주도하는 인물로는 편해문(47)씨가 꼽힌다. 20여년 경력의 놀이운동가이자 놀이터 디자이너인 편씨는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를 비롯해 여러 권의 책을 썼고, 현재 ‘기적의 놀이터’ 총괄 디자이너를 맡고 있다. 편씨는 “놀이와 놀이터에 대한 이야기는 몇몇이서 오랫동안 외롭게 떠들어오던 이야기였다”면서 “‘기적의 놀이터’에 대한 관심이나 국제심포지엄에 몰려드는 인파를 보면서 한국 사회가 놀이터 이야기에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놀이터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놀 시간을 주자거나 공공 놀이터를 개선하자는 차원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놀이터 이야기는 도시계획이나 도시재생은 물론 공용 공간, 공공건축, 교육, 삶의 질 등과 다 연결되는 주제다”라고 덧붙였다.

놀이터 이야기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회적 주제로 자리 잡았다. 외국의 앞선 논의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독일의 놀이터 운동가 귄터 벨치히의 책은 두 권 나왔다. 지난해 출간된 ‘놀이터 생각’이 그의 철학을 담은 책이라면, 이번에 나온 ‘귄터가 꿈꾸는 놀이터 드로잉’은 그가 꿈꾸는 놀이터의 모습을 제시한다.

미국의 놀이터 연구자 수전 솔로몬의 ‘놀이의 과학’도 이번 주 출간됐다. 솔로몬은 자신의 책에서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 놀이터를 혁신하자는 담론이 주목받게 된 상황을 설명하면서 “아이들의 삶에 가해지는 제약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바라는 열망이 그만큼 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