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시대 은행의 위기 플랫폼 혁신으로 뚫어라

입력 2016-06-07 18:26 수정 2016-06-07 18:42

은행 산업의 파괴적 혁신이 빨라지고 있다. 뱅크월렛카카오 네이버페이 등 간편 송금 서비스가 은행 창구를 대체하는 중이다. 외화송금도 이제 은행의 전유물이 아니다. 예금을 유치해 대출을 해주던 은행의 역할도, 은행을 생략한 개인간(P2P) 금융과 크라우드펀딩의 등장으로 위협받고 있다. 금융플랫폼 자체가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은행의 대응책은 뭘까.

NH농협은행에서 핀테크 사업을 맡고 있는 김봉규 팀장은 “오픈”이란 한마디로 표현했다. 김 팀장은 7일 금융감독원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주최한 ‘금융플랫폼 변화 관련 대응전략 워크숍’에 나와 국내 은행 최초로 핀테크 기업에 금융관련 인터페이스 프로그램을 모두 공개하고 개방한 농협은행의 사례를 설명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영문자 앞머리를 합친 말인데,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금융에 결합돼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말한다. 이를 테면 친구끼리 돈을 빌려줬을 때 예전 같으면 갚는 문제로 싸웠겠지만 이젠 스마트폰으로 공식 차용증을 발급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핀테크 기업 두리안이 농협은행의 입출금 프로그램을 이용해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농협은행은 자신들의 플랫폼을 핀테크 기업들에 개방한다. 자금이체·거래내역·잔액·환율·신용카드 등의 조회 정보를 마치 레고 블록처럼 가져다 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도록 돕는 것이다. 이른바 오픈 플랫폼 전략이다. 네이버페이가 간편 송금의 몫을 늘린다고 해도 농협은행의 생태계 안에서 구동하도록 구조를 짜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플랫폼을 만들어 그 안에서 애플리케이션 기업들이 성장하도록 만드는 생태계 구축 전략과 일치한다.

신한은행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더 밀접하게 결합된 융복합 서비스를 혁신 사례로 제시했다. 고객이 오프라인 은행 창구에서 상품 권유를 받고 “배우자와 상의하고 다시 올게요”라고 하면, 가족회의에서 결정하는 동시에 온라인으로 가입하도록 플랫폼을 짠다. 이밖에도 모바일 전문 브랜드 ‘써니뱅크’를 통해 신한은행 고객이 아니더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김재우 본부장은 “가벼운 기분으로 뱅킹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 가볍게, 더 편리하게, 남의 고객도 끌어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은행이 모바일 뱅킹 ‘위비뱅크’를 내놓으며 카카오톡처럼 메신저 서비스를 함께 선보인 것도 같은 이치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워크숍에서 “규제도 디지털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얼굴도 보지 않고 실명 확인하는 변화상을 반영해 오프라인 중심의 규제는 철폐하고 모바일 채널용 금융상품 설명서를 새로 구축하겠다고 했다. 금감원 김용태 은행제도팀장도 “비금융회사의 금융산업 진입에 따른 금융사고 가능성도 미리 방지해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경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