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망이 좋지 않은데 기업들이 투자할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위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도 돈주머니를 닫고 있다. 수요가 줄어드니 설비투자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표한 ‘6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생산 관련 지표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경기 전반이 다소 위축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부진의 중심에는 기업들의 설비투자 감소가 있었다. KDI는 설비투자지수가 기계류를 중심으로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경기의 동향을 나타내는 각종 경제지표도 당분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을 경우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까지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조조정 조선·해운업 등 설비투자 줄여
KDI에 따르면 4월 중 설비투자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했다. 설비투자에서 비중이 큰 기계류의 경우 전월(-12.3%)에 이어 비교적 큰 폭의 감소세(-9.8%)를 나타냈다.
설비투자 위축은 올해 들어 계속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의 중심에 있는 조선과 해운업이 설비투자 감소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산업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6년 설비투자 전망’을 보면 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182조4000억원으로 지난해(180조8000억원)보다 0.9%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중 해운업의 설비투자액은 지난해 3조1000억원에서 올해 1조8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41.9%) 줄었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가 없어 제조업 공장까지 멈춰선 상황에서 설비투자를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지난 4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09년 3월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71.0%에 머물렀다.
경제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설비투자 감소가 몰고 올 후폭풍이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수출 감소 등은 제조업 공장의 가동률을 줄였고 이는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졌는데 문제는 이 같은 악순환이 계속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 하락이 설비투자 부진을 이끌었고 이는 또다시 제조업 평균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설비투자 부진은 관련 지표에도 영향을 줬다. 국내 기계수주는 4월 중 큰 폭으로 감소(-28.2%)했고 5월 중 기계류 수입액 속보치(5월 1∼20일)도 15.9%나 감소했다.
설비투자 개선 방안은
설비투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방증하는 것이다. 문제는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을 때다. 성장 기반을 갖추지 못한 기업이 경쟁에서 밀려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주력 산업들이 기업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기존 산업을 중심으로 설비투자 회복을 시도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성장산업에 적극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보수적인 대기업보다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중소 벤처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설비투자를 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양대 경제학과 하준경 교수는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며 “글로벌 경기가 안 좋다고 하지만 미국은 전기차 등 새로운 걸 시도하고 있는데 우리는 멈춰 서 있다”고 지적했다.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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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구조조정에 기업도 지갑 닫았다
입력 2016-06-08 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