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을 통해 고혈압·당뇨의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원격의료 법안이 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가 19대 국회에 이어 재추진하는 법안이다. 의사협회가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와 유사한 시범사업을 올 하반기부터 실시할 계획을 밝히는 등 강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의사가 컴퓨터 등 통신기기를 통해 환자를 관찰하고 상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진단과 처방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동네병원(의원급) 중심으로만 원격의료가 실시되도록 했다.
원격의료 대상은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와 정신질환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병의원이 없는 도서·벽지 주민 등이다. 이들은 동네병원에서만 원격의료가 가능하다. 수술·퇴원 후 관리가 필요한 재택환자와 군·교도소 등 특수지 환자는 의원급보다 한 단계 높은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원격의료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2년여 전인 2014년 4월에도 같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이 “의료 영리화의 일환”이라며 반대해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가 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똑같은 법안을 다시 제출하는 이유는 국내 만성질환 실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급증으로 건강보험 진료비가 크게 늘고 있지만 지속적·효율적 만성질환 관리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아울러 원격의료를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창조경제를 구현할 수 있는 대표적 정책수단으로 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과 의료를 접목해 새로운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의사협회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고 발생 시 책임을 피할 수 있는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법 개정안은 ‘환자가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환자 장비의 결함으로 사고가 난 경우’ 의사의 책임을 면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명백한 근거가 없는 경우’도 면책 범위에 포함돼 있다.
복지부는 원격의료법과 별개로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만성질환 관리수가 시범사업’을 다음 달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고혈압·당뇨 환자가 스스로 측정한 정보를 의사에게 전송하고 전화 통화로 상담을 받는 방식이다. 진단과 처방이 불가능하다는 점만 원격의료와 다르다. 또 처음 한 차례는 의사와 대면 진료를 해야 한다. 복지부는 의료기관이 관리계획 수립 및 교육, 지속적 관찰, 전화상담 등 진료 행위를 할 때마다 7000∼1만원의 진료비(수가)를 제공해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동네의원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체계가 정착되면 합병증 발생이 줄고 가족의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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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당뇨, 스마트폰으로 관리받는다
입력 2016-06-08 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