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구직활동 중인 이봉진(53)씨는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를 찾았다. 코엑스에서 열린 ‘2016 중장년 전문인력 채용박람회’에서 취직 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행사 시작 1시간30분이나 일찍 도착한 이씨는 기다리면서 각 업체의 브로셔를 꼼꼼히 보고 자신의 이력서를 점검했다. 이씨의 취업 분투기는 웬만한 젊은 취준생(취업준비생) 못지않게 치열했다. 이씨는 학원에서만 26년 동안 일했다. 일을 그만두기 10년 전쯤에는 학원을 직접 운영했다. 하지만 학생 수 감소로 학원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2012년 업계를 떠났다. 그 후 4년 동안 개인쇼핑몰을 통해 의류를 위탁 유통하기도 하고, 시장 가판대를 단기간 대여해 건어물과 잡화 등을 팔기도 했다.
그 와중에 틈틈이 구직활동도 해왔다. 바리스타가 인기 있다고 해서 지난해에는 40만∼50만원을 들여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또 무역영어 자격증, 정보기술자격증 등을 따는 등 ‘스펙’ 쌓기에 공을 들였다.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아 정보기술자격증을 따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그는 “자격증을 따면 취직이 되는 줄 알고 열심히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개인 쇼핑몰 운영도, 구직활동도 결국엔 다 잘되지 않았다”고 씁쓸해했다.
지난해 10월까지 대우조선해양에 다니다 퇴직하자마자 인생 이모작을 준비한 이훈기(61)씨도 면접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녀들에게 손 벌리기가 싫다는 그는 퇴직 후 곧바로 재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몇 군데 합격했지만 급여 조건이 좋지 않거나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오래 붙어 있지를 못했다. 올해 초에는 부산의 한 선박기자재 업체에서 일하게 됐지만 50여일 만에 그만둬야 했다. 업계 불황으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직원들이 퇴직을 권고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창 아이들을 키우느라 힘든 젊은이들이 그만두는 것보다 내가 그만두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나왔다”고 전했다. 다른 곳은 월급이 80만원밖에 되지 않는 저임금 일자리였다. 이씨는 “퇴직한 중장년층이 할 수 있는 일거리는 대부분 월급이 80만∼90만원 수준인데, 오늘 (박람회에서는) 좋은 곳을 찾길 바란다”며 웃음을 지었다.
한국무역협회와 강남구가 공동 주최한 이번 박람회장에는 이씨처럼 새로운 직장을 구하러 온 700여명의 중장년 구직자들로 북적였다.
기업의 구인게시판 앞에는 수십명의 구직자가 기업 정보를 보기 위해 몰려 있었다. 각자 관심 있는 업체의 이름과 구직정보를 꼼꼼히 적는 모습이 수험생처럼 무척 진지해 보였다. 면접장 앞에서는 차례를 기다리며 예상 질문에 대한 답을 연습하는 구직자도 있었다. 경력단절 여성 구직자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날 수출기업 20곳과 일반기업 25곳 등 45개 기업이 참여해 무역, 사무·기술관련 직종 구직자와 채용면접을 가졌다. 락앤락, 청호나이스 등 수출기업은 구직자들 사이에 인기가 좋아 오전에 절반이 면접신청 접수를 마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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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손 벌리기 싫어서”… 인생 이모작에 뛰어든 50·60대들
입력 2016-06-07 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