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전략·경제대화 폐막] G2의 테이블… ‘소득 없는 만남’으로 끝났다

입력 2016-06-07 18:23 수정 2016-06-07 21:50
제8차 미·중 전략·경제 대화에 참석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7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이틀간 열린 미·중 간 대화에서 양국은 북핵과 남중국해 영유권 등 민감한 현안에서 입장차만 확인했지만, 기후변화 문제나 투자협정 등에서 일부 진전을 이뤘다. AP뉴시스

“우리는 모든 것에 다 합의할 수는 없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국과 중국의 제8차 전략·경제 대화를 마무리하는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다양한 현안에 의견을 조율했지만 대립각을 세웠던 민감한 이슈에서는 구체적인 성과물을 낼 수 없었다는 의미다.

케리 장관이 “합의할 수 없었다”고 한 것이 바로 북핵과 남중국해 문제다. AP통신은 케리 장관이 이날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별도의 면담을 가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케리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 팀들이 대북 유엔제재 결의를 잘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추가제재 등 북한을 더 압박할 수 있는 방안 논의는 뒤로 미뤄진 것이다.

북핵 문제에 대해 양국의 입장은 분명했다. 미국은 더 강하게 압박해 북한이 손을 들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하지만 북·중 관계 개선을 모색하기 시작한 중국은 대북제재 이행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6자회담 재개까지를 동시에 염두에 둔 대화채널 가동을 주장했다. 그동안 주장한 제재·대화 병행추진에서 최근에는 대화 쪽에 조금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사실 남중국해 이슈와 달리 북핵 문제에서는 비핵화와 북한의 핵보유국 불인정 등 근본적으로 미·중이 큰 이견이 없었다”면서 “다만 방법 문제인데 합의점을 찾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른 소식통은 “그동안 남중국해로 인한 양국의 갈등이 엉뚱하게 북핵 문제로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면서 “기존 합의된 전제를 재확인한 것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남중국해 문제 역시 평행선을 그었다. 케리 장관은 전날 개막식에서 “그 어떤 국가도 해양갈등 문제에서 일방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되며 국제준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도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확대 행보를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남중국해 문제를 주권의 영역이자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중국의 입장을 변화시킬 수는 없었다. 신화통신은 올해 안에 미스치프 환초(중국명 메이지자오)와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 등 일부 남중국해 인공섬에 등대 2곳이 추가 설치돼 운영된다고 보도했다. 미·중 고위급 대화 기간 관영언론 보도를 통해 남중국해 문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통상 분야에서는 미국의 압박에 중국이 어느 정도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개막식에서 “중국의 거대한 과잉 생산품이 해외시장에서 헐값에 팔려나가며 세계경제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각인시켰다. 그 결과 중국의 철강 생산억제라는 성과를 얻었다. 루 장관은 “중국이 철강 생산량을 대폭 줄이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왕양 중국 부총리 역시 “철강 등 다양한 분야의 생산과잉이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며 “각국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세계 최대의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이 엄청난 실업을 초래하는 데도 불구하고 철강 감산을 약속했다”며 중국의 양보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다만 알루미늄 과잉생산 문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다시 논의키로 했다.

중국은 또 2500억 위안(약 44조2000억원) 규모의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쿼터를 미국에 배정키로 결정했다. RQFII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중국 본토의 주식이나 채권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한도를 주는 제도다. 미국 쿼터 규모는 2700억 위안의 홍콩에 이어 두 번째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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