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물류 분할 추진”… 그룹 사업재편 재시동

입력 2016-06-08 04:00

삼성SDS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던 물류사업을 분할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이 계열사 간 사업 구조 개편을 놓고 다시 한번 소용돌이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SDS는 7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글로벌 물류 경쟁력 강화 및 경영역량 집중을 위해 물류사업 분할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다른 사업도 전사 차원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물류사업은 삼성SDS가 차세대 먹거리로 공을 들여온 분야다. 삼성SDS는 가상현실(VR) 기반의 창고관리 기능을 갖춘 ‘첼로’와 특송 서비스가 추가된 물류 포털 서비스 ‘첼로 스퀘어’를 선보이는 등 IT를 기반으로 한 물류사업을 키우고 있었다. 삼성SDS는 2020년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는데, 이 중 7조∼8조원을 물류사업에서 벌어들이겠다고 했다. 지난해 삼성SDS의 물류사업 매출은 2조606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3.2%였다.

삼성SDS는 물류사업 분할 이유로 대외사업 확대를 위한 신속한 경영 활동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내년 말이면 삼성전자 등 관계사의 전 세계 배송 시스템 구축은 완료된다. 삼성SDS로서는 추가적인 성장을 위해선 외부 업체의 물류를 추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SDS는 “대외사업 확대를 위해선 물류 전문기업으로서 브랜드 정립, 인수·합병, 신규 사업 진출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SDS에서 분할된 물류사업이 삼성물산으로 편입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 전체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SDS 주식을 9.2%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에 합병되면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이 확대되고, 이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까지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주식 4.12%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SDS 물류부문과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SDS는 “외부 전문기관과의 논의를 통해 상세 분할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SDS 소액주주들은 4년 전부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던 사업을 갑자기 분할하겠다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삼성SDS 사업 구조상 물류사업을 떼어내면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은 이날 삼성SDS 본사를 항의방문했다. 합병을 추진할 경우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SDS는 이 부회장 외에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무분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각각 3.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삼성그룹 후계 구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기대감 때문에 2014년 11월 상장한 삼성SDS 주가는 한때 42만9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개편되면서 주가가 계속 하락해 7일 기준으로 15만500원에 머물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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