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독일은 사회 문제의 해답을 기독교의 이웃 사랑 실천에서 찾았습니다. ‘디아코니아’ 정신은 독일이 사회복지국가로 형성되는 과정에 큰 영향을 줬을 뿐 아니라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로 확산됐어요.”
한국디아코니아 상임이사 홍주민 목사는 6일 독일의 디아코니아 정신을 이같이 설명했다. 디아코니아란 그리스어로 ‘식탁에서 시중을 든다’는 의미다. 홍 목사는 “신약에서 예수님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시중드는 이’로 밝히곤 했다”며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가르침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약자와의 연대를 뜻하며 이는 복지국가의 원리인 ‘연대의 원칙’과 통한다”고 말했다.
170여년 전 평신도들이 주축이 돼 시작한 독일의 디아코니아 운동은 노동착취, 빈부격차 등 사회 문제에 기독교 사상을 토대로 응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사회복지기관과 비슷한 디아코니아 기관들이 생겨났고, 현재 독일 디아코니아 기관은 3만1000개에 달한다. 실무자 45만여명이 하루 100만여명을 돌보는 거대한 섬김이 이뤄지고 있다.
독일 디아코니아 전문가인 홍 목사는 그동안 몇 차례 유럽 디아코니아 탐방 프로그램을 주관해왔다. 밀알복지재단 활동가, 지자체 공무원 등 여러 팀과 함께 독일에 다녀오면서 다큐멘터리 제작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오는 12일 다큐멘터리 ‘종교개혁과 디아코니아’ 제작 차 독일로 향한다. 아직 재정 등 현실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홍 목사와 제작팀은 독일의 디아코니아 선구자 요한 비헤른이 지은 라우에하우스 디아코니아와 창조적 디아코니아 공동체의 원형으로 불리는 헤른후트 공동체 등 독일 구석구석을 찾아간다. 다큐멘터리 제작은 홍 목사가, 감독은 영화 ‘유신의 미학’ 등을 연출한 김노경 감독이 맡았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지금, 한국과 독일의 영적 동맹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독일의 영적 부흥이 시급한 상황에서 한국의 목회자들이 독일을 위해 기도하고 협력할 때 한국에도 부흥을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독일에서 사역해온 데이비드 문(사진) 선교사는 6일 이렇게 한·독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998년부터 독일에 유학한 것을 계기로 독일과 인연을 맺은 뒤 그곳에서 선교사의 길을 걸었다. 2012년 독일 함부르크 뤼베크 지역에서 독일 목사들과 교회를 섬기는 등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사역을 해 왔다.
문 선교사는 "흔히 독일은 평화로운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중동 지역에서 무슬림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엄청난 영적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 난민 중 기독교로 개종하는 이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면서 "최근 규모가 큰 독일 교회의 세례인 중 80%는 이라크 등 중동에서 들어온 난민이라고 한다"고 귀띔했다.
이렇듯 독일은 유럽의 기독교 거점 도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의 영적 부흥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내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마르틴 루터의 생가 방문 등 발걸음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독일의 영적 부흥을 마음에 품고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해 3월 후원 교회가 경제적인 사정으로 지원을 중단하면서 귀국,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자립 선교를 위해 하나님의 친구라는 의미의 '엘벗' 출판사를 세우고 첫 책인 '아바 아버지의 사랑'을 펴냈다. 문 선교사는 "소액 후원을 해주면서 독일 선교를 위해 함께 중보해줄 교회 50여 곳을 찾고 있다"며 독일 선교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디아코니아 정신 재조명… 한국·독일 영적 동맹 이뤄야”
입력 2016-06-07 20:34 수정 2016-06-10 16:55